#72. 상트페테르부르크(3) - 금박 지붕이 돋보이는 성 이삭 대성당 여기 이름 붙은 성 이삭 대성당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삭이 아니라 달마티아의 성인인 이삭을 말한다. 표트르 대제가 태어난 5월 30일은 성 이삭 축일이었고 이에 따라 성 이삭을 표트르 대제 자신과 로마노프 왕조의 성인으로 삼았기에 성당 이름도 성 이삭 대성당이 되었다. 즉, 이 성당은 표트르 대제에게 바치는 성당이며 달마티아의 이삭에게 봉헌한 성당이기도 하다. 달마티아의 성인인 성 이삭은 4세기 콘스탄티노플에 달마티아 수도원을 세웠기에 달마티아의 성인이라 불린다. 성 이삭 대성당은 19세기 초, 알렉산드르 1세가 큰 성당을 짓고자 설계안을 공모했음에도 만족스런 안이 없던 차에, 아구스틴 데 베탕쿠르에게 성당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게 했다. 이에 베탕쿠르가 추천한 인물이 바로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인 오귀스트.. #71. 상트페테르부르크(2) - 그림 보느라 정신 없는 에르미타주 피의 성당을 나와, 잠시 쉬다 에르미타주로 갔다. 잠시 들른 커피숍에서 종이컵에 내 얼굴의 캐리커처를 그려주길래, 신기해서 담아봤다. 여기는 'Sokol Coffee'. 알아보고 간 건 아니고, 날씨가 너무 춥길래 따뜻한 카페모카 한 모금 마시러 들어갔다 얻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커피로 몸을 좀 녹이고 에르미타주로 걸어갔다. 곰곰이 생각하길,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만, '세계 3대 XXX'라는 타이틀을 참 좋아하는 동네가 있긴 있다. 무슨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세계 3대 박물관이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에르미타주 아니면 국립고궁박물원이니 뭐니 그게 그리 중요할까. 물론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타지의 유물을 쓸어온 동네가 좀 많아서 껄끄럽긴 하다. 대영박물관에 한국관이 왜 있을까 싶은 것처럼. 여.. #70. 상트페테르부르크(1) -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피눈물, 피의 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마음먹기를, 어차피 인생은 길기 때문에 여기 한 번 더 오리라 마음먹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무리해서 몸이 퍼지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을까? 다만, 가을장마라는 걸 너무 늦게 안 탓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내내 햇빛을 제대로 본 날이 하루이틀 뿐이었다. 심지어 모스크바에서 해를 본 횟수를 합쳐도 그 정도. 그러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를부르크를 갈 거면 여름에 갑시다. 우산은 반드시 갖고 나와야 할 만큼 비가 수시로 내리고, 안개비는 기본인 날도 많았다. 비가 내려 운치가 있어서 좋았잖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은 게, 해 지는 시간이 그렇잖아도 빨라지고 있는데 더 빠른 느낌이었다. 일몰 시간이 5시 40분이라면 5시 조금 넘으면 벌써 어두운 느낌. 게다가 하계에서 동계.. #69. 17번째 이동 - 블라디미르 → 상트페테르부르크(059Г 열차) 벌써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간 지 1달이 다 됐다. 몸은 스페인에 와있는데 여행기는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와버렸다. 더 밀리면 안 되는데, 낮에 신나게 돌아다니고 돌아오면 몸은 피곤하다. 여행 중에 여행기를 정리하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새삼 느낀다. 원래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려다, 수즈달을 다녀오는 일정을 더한 바람에 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플라쯔까르따 열차표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아 금방 바꾸긴 했다만, 수수료 20%의 압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열차표 교환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안 되나요? 라고 하기엔 러시아 업무 처리 속도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긋한지라... 열차를 너무 많이 타서인지, 처음에는 입을 헤벌쭉 벌리고 봤던 광경들도 점점 심드렁하.. #68. 수즈달 - 또 다른 황금의 고리를 찾아 원래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려고 했으나, 열차 시간이 밤이라 동선이 애매해졌다. 무슨 오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1시간 반 정도 열차를 타고, 45분 가량 버스를 타서 황금의 고리 중 가장 외딴 곳에 있는 '수즈달'에 다녀왔다. 수즈달로 가려면 우선 블라디미르로 간 다음, 블라디미르 버스터미널에서 수즈달 행 버스를 타야 한다. 애초에 수즈달에 기차역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저번에 소치에 다녀올 때 탔던 그 열차다. 이번에는 그 때처럼 무작정 4시간 탄 건 아니니 버틸만 했다. 블라디미르 역에 배낭을 맡겨두고, 역 앞으로 나오니 바로 버스터미널이 있다. 블라디미르 - 수즈달 왕복 버스 운임은 205루블. 편도로 끊으면 코페이카 동전을 거슬러주는데, 어차피 돌아.. #67. 니즈니 노브고로드 - 저지대의 노브고로드 어지간한 러시아의 도시들이 세워진 지 수백 년은 족히 되듯, 니즈니 노브고로드 역시 그러하다. 니즈니 노브고로드는 13세기, 블라디미르-수즈달의 대공인 유리 2세가 요새를 구축하면서 등장했다.. 노브고로드 역시 하나의 도시가 아니어서, 두 노브고로드의 구별을 위해 내가 도착한 이 곳의 노브고로드는 '저지대의'라는 뜻을 가진 니즈니(Нижний)가 붙어 니즈니 노브고로드가 되었다. 다만, 구 소련 시기에는 니즈니 노브고로드 태생의 사회주의 문학가인 막심 고리끼의 이름을 차용해 '고리끼'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아니나 다를까, 요새로 만들어진 만큼 여기도 크례믈이 있었다. 길을 걸어 시내로 들어가다 아주 특이한 광경을 보았다. 바로 트롤리버스 수리. 트롤리버스는 도로 상공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 #66. 16번째 이동 - 모스크바 → 니즈니 노브고로드 (708Н 열차) 모스크바에서 거의 2주를 머물렀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원하는 곳을 다 가보진 못 했다. 근 3주가 넘게 지난 지금 시점에서 봐도 다시 가면 또 새로이 다가올 것만 같다. 누가 말해주길 여행은 아쉬움을 남기는 맛도 있다고. 욕심부려 모든 것을 담으려 하면 더 골치가 아프다고. 그래. 아직 살 날이 많은데, 더 많은 것을 보러 또 올 수 있는 게지. 보통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러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쉬어가고자 경로를 비틀었다. 그래서 타게 된 스트리쥐(Стриж) 열차. 200km/h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고속열차다. 삽산의 아래단계로 보면 될 듯. 이 열차는 모스크바의 쿠르스키 역에서 출발한다. 모스크바를 떠나던 이 날도, 역시나 날씨가 좋지 않았다. .. #65. 모스크바(12) - 황금의 고리 찾아가기 / 세르기예프 파사드 모스크바 주위에는 옛 도시 여러 곳이 있어, 이 도시들을 예로부터 황금의 고리(Золотое кольцо)라 일컬어왔다. 모스크바도 유리 돌고루키 대공에 의해 건설된 고도(古都)지만, 모스크바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때는 소련 시기다. 이 황금의 고리를 이루는 도시들 역시 모스크바 못지 않게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황금의 고리를 이루는 도시를 다 가보면 좋겠지만, 모스크바에도 볼 것이 너무 많은 탓에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아 열차로 왕복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세르기예프 파사드(Сергиев Посад)를 다녀오기로 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여기의 삼위일체 대성당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80%를 차지하는 것 같다. 사실 모스.. 이전 1 ··· 3 4 5 6 7 8 9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