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사라고사(2) - 고야, 그리고 전쟁의 참화 사라고사는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으면서 고야의 고향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라고사에는 고야 미술관이 있다. 물론, 고야의 주요 작품 중 1808년 5월 2일 / 3일 연작과 검은 그림들 연작은 마드리드에 있지만, '전쟁의 참화(Los desastres de la Guerra)' 연작은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에 있다. 미술관 입장료는 6유로.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은 골목에 숨어있으므로 잘 찾아갈 것! 미술관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고야의 초기작들, 2층은 위에서 이야기한 전쟁의 참화 연작, 3층은 현대 작가들을 위한 비상설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전시관의 분위기도 작품 감상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이 전시관은 주제에 따른 분위기를 무겁게 조성했다. 조.. #87. 사라고사(1) - 아라곤 왕국의 수도 11월 6일, 바르셀로나를 떠나 스페인 여행 두 번째 도시,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2달 전의 여행기를 이제 쓰고 있다니, 어지간히 귀찮은 것 같다. 보통 사라고사에 간다면 바르셀로나 / 마드리드를 여행하며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의 일정으로 찾는다. 러시아에서 3개월을 돌다 나온 나는 좀 쉬고 싶었던지라 아예 쉬자고 작정하면서 4박을 집어넣었다. (사라고사에 머문 날을 조금 떼어 바르셀로나에 좀 더 할애했어도 될 만큼 많이 쉬었다.) 여튼, 카탈루냐를 벗어나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던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사라고사는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음에도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있다. 스페인에서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을 찾고자 한다면, 최소 안탈루시아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 사라고사가 지닌 특이.. #86. 바르셀로나 → 사라고사 / 알비아(ALVIA) 타기 스페인에서 많이 이용하는 도시 간 교통수단으로는 스페인 철도인 Renfe, 버스 중에 가장 유명한 Alsa가 있다. 도시 간 교통수단을 비교해서 둘 중 싼 것을 타는데,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걸 이용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사라고사로 향하는 열차 티켓이 조금 더 쌌기 때문에 ALVIA를 탔다. 다만, 열차를 탈 때 조심해야 될 것이, 정시운행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탈 열차는 바르셀로나-상트(Sants)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다. 스페인의 모든 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바르셀로나 상트 역에서는 검표와 함께 짐 검사도 까다롭게 했다. 러시아의 그것과 동일하게 배낭을 풀어 X-ray 검사대를 통과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열차 출발 시간보다 20분 가까이 늦게 열차가.. #85. 바르셀로나(4) -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찾아 바르셀로나에 오면 한국인들 사이에 유명한 장소가 하나 있다. 소위 '벙커'라 불리는 곳. 정확한 이름은 'bunkers del carmel'이다. 실제로 벙커로 쓰던 곳을 지금은 개방한 것.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같은 방에 있던 한국 사람은 여길 두고 '여의나루'라고 얘기해줬는데, 틀린 것 같지도 않다. 벙커에서 찍은 사진들을 몇 장 풀어볼까 싶다. 최근에 벙커를 많이 찾아오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하는데, 삼각대가 작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넘어갈 뻔했을 정도였으니. 높은 곳이기도 해서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밤이면 햇볕도 없어서 추울 수도 있으니, 밤에는 외.. #84. 바르셀로나(3) - 피카소, 그리고 호안 미로 바르셀로나가 낳은 인물이 가우디만 있어도 족할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에는 거장이 또 있다. (출생은 말라가에서 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수학한) 파블로 피카소와 초현실주의 화가인 호안 미로가 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는 두 거장의 미술관이 있다. 피카소 미술관과 호안 미로 미술관. 물론 두 사람의 모든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요 작품 혹은 바르셀로나 활동기의 작품들이 있었다. '게르니카'라던가 '아비뇽의 처녀들', '한국에서의 학살'과 같은 유명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은 꼭 가보길 권한다. 초현실주의와 같은 현대 미술 사조에 관심이 있다면 호안 미로 미술관도 추천한다. 다행인 점이라면, 두 미술관 모두 한국어 가이드를 제공하니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 #83. 바르셀로나(2) - 몬주익 성 / 시내 이모저모 한국이라면 슬슬 두꺼운 외투를 꺼낼 시기지만, 바르셀로나의 기후는 11월이 되었음에도 온난하다. 바르셀로나의 낮 최고기온은 심하면 20도를 웃돌아 어떤 날은 반팔만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날씨가 스페인의 모든 지역의 날씨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지역에 갈 것이라면 외투를 꼭 챙기자. 몬주익 성은 17C 중반에 세워진 요새다. 카탈루냐를 방어하기 가장 좋은 위치인 몬주익 언덕에 지어진 요새로, 몬주익 성 안에 들어가면 바르셀로나 시내 전체가 훤히 보이고, 해안의 움직임도 쉽게 보인다. 입장료는 5유로인데, 일요일 오후 3시 반 이후에 가면 무료라나. 몬주익 성을 둘러본 뒤 내려오는 길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나중에 후회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잡아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내려.. #82. 바르셀로나(1) - 스페인인가, 카탈루냐인가 / 가우디의 요람 앞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유람기는 간단하게 쓸 생각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생각보다 많이 있어 특별한 정보가 아니면 또 쓰진 않을 듯. 앞 글에도 썼다시피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중심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온 터라 툭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그런 지역이다. 카탈루냐가 처음부터 스페인 왕국에 속한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 왕국에 편입된 것은 18C 초, 바르셀로나 공방전에서 패배한 뒤의 일이다. 그 후 스페인 제2공화국 수립과 함께 자치권을 부여받으며 카탈루냐 자치주로 남아온 것. 그러나 프랑시스코 프랑코의 집권기에 제2공화국 시기 부여받은 자치권을 몰수당하고 카탈루냐어 등의 지역 문화도 탄압받았다. 빼앗긴 자치권을 다시 찾은 것은 프랑코 사후의.. #81. 러시아여, 잠시 안녕! - 대륙을 떠나 이베리아로 (아에로플로트 탑승 후기) 처음에 러시아를 3달 간 횡단한다고 했을 때 러시아에 그렇게 볼 것이 많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수많은 질문에 치이다 보니 다 비슷할 줄만 알았는데, 다 다르다. 아니, 3달을 다녀도 정말 모르겠다. 다 알 것 같아도 모르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오렌부르크에서 왔다는 러시아인은 내 여행 이야기를 듣더니, "네가 나보다 러시아의 도시를 더 많이 다녔는걸?"이라 할 정도였으니까. 러시아에 사는 사람도 모르는 땅이 바로 러시아 아닐까 싶다. 여튼,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 11월 1일은 이 90일을 모두 채우는 날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르만스크 공항으로 향했다. 러시아를 떠나면서 나쁜 일도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좋은 일들이 그보다는 많아서였을까. 보딩패스를 받아들었.. 이전 1 2 3 4 5 6 7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