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88. 사라고사(2) - 고야, 그리고 전쟁의 참화

사라고사는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으면서 고야의 고향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라고사에는 고야 미술관이 있다.

물론, 고야의 주요 작품 중 1808년 5월 2일 / 3일 연작과 검은 그림들 연작은 마드리드에 있지만,

'전쟁의 참화(Los desastres de la Guerra)' 연작은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에 있다. 미술관 입장료는 6유로.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은 골목에 숨어있으므로 잘 찾아갈 것!

 

고야 미술관의 로고. 이베르까하(Ibercaja) 재단의 컬렉션이라는데, 스페인에 보면 이런 컬렉션이 은근히 많다.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 처음 갔을 때 시에스타 시간대라 나중에 다시 찾았다.

미술관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고야의 초기작들, 2층은 위에서 이야기한 전쟁의 참화 연작,

3층은 현대 작가들을 위한 비상설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쟁의 참화 연작 전시관. 위아래로 연작을 놓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 또한 지원.

사실 전시관의 분위기도 작품 감상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이 전시관은 주제에 따른 분위기를 무겁게 조성했다.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공간에서 작품에만 조명이 들어오는지라 작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뿐더러,

전쟁이 주는 어두운 느낌을 받았기에, '전쟁의 참화'라는 작품의 이름이 뇌리에 깊이 남게 해주었다.

 

고야, 진실은 죽었다(Murió la Verdad), 전쟁의 참화 연작 중.
고야, 만약 다시 살아난다면(Si resucitará)?, 전쟁의 참화 연작 중.

구도가 비슷해뵐텐데, 위 그림과 아래의 그림은 서로 이어지는 그림이다.

죽어가는 여성과 살아나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진실의 죽음과 부활을 나타내고 있다.

 

고야, 잘 하는 짓이다! 시체를 갖고!, 전쟁의 참화 연작 중.

고야가 당시 이베리아 반도 전쟁에 대해 가진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

시체가 여러 토막으로 잘려 나무에 매달려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

검은 그림들 연작도, 1808년 5월 2일 / 3일 연작도 고야가 바라보는 전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미 고야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El sueño de la razón produce monstruos)"라는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예언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1799년에 그려졌다고 하니...)

 

사라고사를 방문했다면 필라르 성모 성당뿐만 아니라 이 곳,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을 찾아

전쟁이 갖는 여러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2020. 1. 11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