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바르셀로나를 떠나 스페인 여행 두 번째 도시,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2달 전의 여행기를 이제 쓰고 있다니, 어지간히 귀찮은 것 같다.
보통 사라고사에 간다면 바르셀로나 / 마드리드를 여행하며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의 일정으로 찾는다.
러시아에서 3개월을 돌다 나온 나는 좀 쉬고 싶었던지라 아예 쉬자고 작정하면서 4박을 집어넣었다.
(사라고사에 머문 날을 조금 떼어 바르셀로나에 좀 더 할애했어도 될 만큼 많이 쉬었다.)
여튼, 카탈루냐를 벗어나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던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사라고사는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음에도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있다.
스페인에서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을 찾고자 한다면, 최소 안탈루시아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
사라고사가 지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인 셈.
사라고사 내에서 둘러볼 곳이라면 알하페리아 궁전, 필라 성모 대성당, 라 세오 성당,
프란시스코 고야 미술관을 꼽을 수 있겠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고향이 바로 사라고사 주에 있기 때문에 고야 미술관이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알하페리아 궁전은 숙소에서 걸어서 5분 밖에 걸리지 않아 금방 다녀왔다.
입장료는 일반 기준 5유로. 궁전 규모가 크지 않아 1시간 안팎으로 다 둘러볼 수 있다.

알하페리아 궁전은 본래 11C,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졌다 하나,
12C에 아라곤 왕국의 영토가 되면서 이슬람 양식과 카톨릭 양식이 혼합되기 시작, 나름의 독창성을 갖게 됐다.
이슬람 양식과 카톨릭 양식이 혼합되어 나타난 이 모습을 '무데하르' 양식이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보통 알하페리아 궁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데하르' 양식의 정점이라 말한다.
원래 무데하르는 15C 말엽까지 이어진 레콩키스타(Reconquista) 이후에도 이슬람에서 카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은
무슬림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왕궁 내부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잘 보존된 예배실이 있으니, 직접 가보시라.
생각보다 어두우니 잘 안 보면 모를 수 있다.
왕궁을 다녀와 낮잠을 잔 뒤 시차를 두고 필라르 성모 대성당을 찾았다.
쉬엄쉬엄 다닌지라 날짜로는 토요일 낮이었을 게다. 사람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최초로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성당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필라르'는 기둥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성 야고보를 기리며 세워진 기둥에 성모 발현의 기적이 나타난 것을 기려
지어졌기에 필라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내부 촬영은 할 수 없어 외부의 모습으로 대신한다.
내부에는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벽화가 있다.



사실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사라고사의 돌다리 너머로 보이는 게 가장 멋지다.
낮에 보는 모습과 밤에 보는 모습(조명에 비치는)이 모두 아름다우니, 사라고사에 오면 반드시 보시라.


5일씩 있기엔 좀 긴 것 같지만, 하루나 이틀 짬을 내어 돌아보기에 좋은 도시였다.
고야 이야기는 다음 편에 써야겠다. 글이 길어지면 읽기 지루하니까.
2020. 1. 11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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