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낳은 인물이 가우디만 있어도 족할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에는 거장이 또 있다.
(출생은 말라가에서 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수학한) 파블로 피카소와 초현실주의 화가인 호안 미로가 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는 두 거장의 미술관이 있다. 피카소 미술관과 호안 미로 미술관.
물론 두 사람의 모든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요 작품 혹은 바르셀로나 활동기의 작품들이 있었다.
'게르니카'라던가 '아비뇽의 처녀들', '한국에서의 학살'과 같은 유명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은 꼭 가보길 권한다.
초현실주의와 같은 현대 미술 사조에 관심이 있다면 호안 미로 미술관도 추천한다.
다행인 점이라면, 두 미술관 모두 한국어 가이드를 제공하니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꼭 한국어 가이드를 들으며 둘러볼 것을 권한다. 제대로 보는 데만 한 곳 당 2~3시간은 잡아야 한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피카소 미술관은 전날에라도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한 번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마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서 제일 눈에 띄는 작품이라면 이 작품을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바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피카소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 '회화에 관한 회화'라 불린다.
과거의 거장에 대한 존경의 의미일까, 아니면 그저 재해석일까.
피카소는 전생에 천재이자 괴짜였다고 한다.
어떤 꼬마가 종이와 펜을 갖고와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등짝에 그림을 그려서 그 아이의 부모에게 돌려보내곤 "이제 저 그림 못 지울 걸?" 하며 낄낄댔다거나,
한편으론 게르니카를 그린 뒤 나치 장교가 "이 그림을 당신이 그렸소?"라 묻자 되려
"아니, 당신들이 그렸지."라 받아치며 그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던가.
역시 천재는 남들과 다른 구석이 너무 많다. 생각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인지.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찾아간 호안 미로 미술관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다.
단순히 그림의 영역을 넘어 부수고, 태우는 것도 예술이 되는, 다른 차원의 것을 보게 해준 곳.
이 수은 분수는 호안 미로의 작품은 아니고, 미국 예술가인 알렉산더 콜더(칼더)의 작품이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 분관에 설치할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것.
분수의 윗 공간에 게르니카의 이미지가 있던 것이 인상적이다.
분수는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물처럼 뵈는 수은이 졸졸 흐르는 모습이 신기하다.
닷새만 머물기 아쉬운 도시였던 바르셀로나였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살바도르 달리의 흔적을 찾아 피게레스에 다녀오고 싶었건만.
다른 도시로 갈 날이 머지 않아 8년 뒤에 다시 오기로 하고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는 감상과 함께.
2019. 12. 25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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