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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교토('23. 7. 6 ~ 10)

#4. 뜻밖의 인연(1)

사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어쩌다 보니 아는 지인과 교토에 같이 머무는 날이 하루 생겼다.

 

한국에서도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언제 보나 노래를 부르다 교토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안 했는데, 만날 사람은 어떻든 만난다는 이야기가 맞긴 한갑다.

 

미리 얘길 해둔 덕에 하루는 같이 움직이기로 하고, 아침에 금각사로 향했다.

 

따가운 햇빛마저도 행복하게 느껴지는 아침.

여하간, 205번 버스를 타고 금각사 앞으로 갔다. 금각사를 시작으로 교토 시내와 동쪽의 은각사, 철학의 길, 남선사 이렇게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금각사 앞 삼거리, 그리고 금각사 표지판. 금각사는 아니고 일본식 후리가나인 킨카쿠지로 쓰여 있다.

 

금각사의 원래 이름은 녹원사(鹿苑寺)이다. 금각사의 금각은 녹원사의 사리전이며, 본래는 무로마치 막부의 제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가 건립한 별장이었다 한다.

 

그러나 오닌의 난(応仁の乱)을 겪으며 다른 건물과 함께 소실되었고, 그 후 재건된 것이다. 현재의 누각도 1950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복원한 것이다. 그 후 국보의 지위를 상실, 중요문화재로 지위가 조정되었다.

금각사 입장료는 500엔. 입장권이 부적이다. 그리고, 금각사에서 찍은 몇 컷. 아니나 다를까 향을 피울 수 있는 곳도 있다. 엄연히 사찰이니까.

 

주변에서들 금각사냐, 은각사냐를 두고 말이 많은 것 같다. 각기의 멋이 있을 터인데 굳이 어디가 좋네 별로네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은각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금각사에 간 것을 후회하냐면 그건 아니다. 어느 곳이 어떤 느낌인지는 직접 가서 느껴봐야 아는 거니까.

 

금각사를 둘러본 뒤, 금각사 근처의 이마미야 신사 옆에 있는 아부리모찌 가게를 찾아갔다.

 

사실, 내 계획에는 없었는데 같이 다니는 김에 뭘 먹을지 얘기하다 나온 것이라, 기왕 교토에 온 김에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고, 이 날 날씨가 장난 아니었던지라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 게 좋기도 했고.

 

아부리모찌(あぶり餅)는 찹살떡을 꼬치에 끼운 다음 구워내 시로미소(白味噌)를 얹어 차와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이 때, 시로미소는 색이 밝으면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찹살떡과 궁합을 이룬다.

 

이 아부리모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이치몬지야 와스케(一文字屋 和輔), 카자리야(かざりや) 두 곳이 있다. 둘 다 이마미야 신사 옆에 있는데, 한 집은 1000년, 한 집은 300년 가까이 됐다나. 건물이야 바뀌었다만 유서깊은 집이란다.

왼쪽이 이치몬지야 와스케, 오른쪽이 카자리야. 어느 집을 가도 크게 상관은 없다. 오른쪽은 이치몬지야 와스케의 안뜰.
다실도 따로 있고, 안쪽에 조그만 정원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다. 차는 찻잎을 볶아서 만든 호지차(ほうじ茶). 차 + 아부리모찌 1인분에 600엔.

 

아부리모찌를 먹긴 했는데, 식사 때가 와선지 배가 슬슬 고파왔다. 다음 방문지가 은각사였는데, 은각사 근처에 자루소바를 괜찮게 만드는 집이 있다고 해서 시원한 음식을 먹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철학의 길 쪽에서 내려 자루소바집으로 향했고,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나의 선택은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할소바. 역시 자루소바는 여름의 별미다. 1,660엔. 가게 이름은 사진에서 찾아보시라.

 

소바도 맛있게 먹었겠다, 은각사로 발길을 돌렸다. 더워도 갈 길은 가야지!

 

2023. 7. 16.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