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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교토('23. 7. 6 ~ 10)

#2. 험난한 출국길(RF318 CJJ - KIX)

드디어 출국일이 왔다.

 

바로 공항에 간 건 아니고, 예산 집행이 필요한 건이 있어 아침에 잠시 출근했다 점심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은 휴가 아끼려고 그랬단 게 정설.)

 

사실, 인천공항을 놔두고 왜 청주공항이냐 질문을 받았다. 답은 이렇다.

 

첫째, 두 공항에 가는 시간을 비교했을 때, 인천공항 가는 시간이나, 청주공항 가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끽해야 1시간 이내)

 

둘째, 요즘 인천공항에 사람이 그렇게 많다던데, 청주공항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이건 반쯤 맞았다.)

 

셋째, 공항리무진 타는 비용보다 서울에서 청주공항 가는 버스비가 더 쌌다. 어쩌다 시간대가 맞아 왕복 2만원에 컷.

(공항리무진은 우등일 경우 시외 요금에 50%를 할증하기 때문에 엄청 비싸다.)

 

서울에서 청주공항으로 가는 법은 2가지, 버스와 기차가 있다.

 

보통은 센트럴시티 혹은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시외버스를 타게 되며, 1시간 40분쯤 걸린다.

 

어느 터미널에서 출발하든 일반은 8,700원 / 우등은 12,200원.

 

열차는 시간이 맞지 않는 이상 추천하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청주공항행 열차는 오후 6시쯤 한 번 있고, 나머지는 무조건 조치원이나 오송역 환승.

 

청주공항역이 있다지만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원래는 청주공항을 거쳐 북청주로 가는 버스다.

 

남부터미널에서 12시 40분차를 타니 대충 오후 2시 10분쯤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청주공항은 김포,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군사기지 겸용 공항이다.

 

대한민국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이 소재한 곳으로, 나는 공군이 아니었음에도 자대가 인근이라서 훈련한다고 군복무 시절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다. 그래서 도착할 때 어째 익숙하다 싶더니만 군 시절의 기억이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더라.

 

항공편이 자주 있는 게 아니니 조용할 법도 했다. 그래도 국내선 쪽에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출발 시간이 꽤 남아선지 조용했다. 항공기 출발 시각이 17시 40분이었으니 한 3시간 반 남은 셈.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체크인 시간에 대해 별도 안내가 있을 거란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국제선 취항 첫 날이어서인지 오전에 있었던 항공편 수속 중에도 전산 장애가 있었단다.

 

그 전산 장애가 오후에도 발생한 것. 여기서 일단 기분이 한 번 꼬였다.

 

관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 후 교토에 가면 22시가 다 되는데, 늦어지면 숙소 체크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

(다행히 23시 30분 전까지만 오면 된다고 해서 악착같이 맞춰갔지만.)

 

예정 시각보다 3~40분이 지나 수속을 시작했는데 웬걸, 예약내역을 일일이 대조 후 수기로 보딩패스를 발권해주고 있었다.

 

위에서는 행사한다고 난리였다. 카운터의 아수라장을 보면 어떨까 했는데, 높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내 알 바겠지 싶다.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라지?

 

그래도 첫 취항일이어선지 출국심사대 입장을 기다리면서 생전 받아본 적 없는 밀쿠폰을 받았다. 이건 합격점.

 

어차피 면세구역에서 이 쿠폰을 바꿀 수 있는 곳은 하나였지만, 그게 어디인가.

 

첫 취항이어서 이런 걸 제공한 건지, 원래 서비스 방침이 이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부분은 초지일관했으면 좋겠다.

 

지연된다는 걸 보고 좀 실망하긴 했는데, 밀쿠폰 덕에 마음이 좀 나아졌다. 배고픈 것만큼 골치아픈 게 없으니까.

 

그리고 출국심사 중 심사인을 요청했는데 심사관이 재심실에 상주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날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필요 이유를 설명드려야겠지 싶었다.

 

지금까지 다른 공항에서 심사인 요청을 했을 때 거부된 곳이 없었는데 여기서만 이렇게 대응하는 건 일관성이 없는 것이며, 전산으로 처리되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오늘과 같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해외에서 내가 출국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 우선 심사 후 면세구역으로 입장하되, 잠시 대기한 뒤 심사인을 받았다.

 

아, 요청사항을 처리해주신 데 대한 감사 인사도 함께.

 

요즘은 생략한다지만, 만사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아, 그리고 청주공항은 얘기했다시피 군사공항을 겸하기 때문에 활주로 및 이륙 시 상공을 촬영할 수 없다.

 

비행기 탑승하러 가면서 보니 몇몇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찍던데, 안 될 일이다.

 

기종은 A320-200. 키가 180이 조금 넘음에도 좌석 간격이 나쁘지 않았고,

좌석 앞쪽 윗부분에 여권, 휴대전화, 수첩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함이 있어 편리했다. 

 

단거리 노선이라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하늘. HL8384.

 

40분 정도 지연된 18시 20분, 택싱 직후 바로 이륙했다.

 

인천공항같았음 줄줄이 기다렸다 이륙했을텐데 확실히 비행편 수가 적다는 게 느껴졌다.

 

기장님께서 지연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셨는지 순항 속도 950km/h를 상회하며 관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관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19시 58분, 원래 도착 시간이 19시 25분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빠르게 운항하셨다.

 

입국심사는 COVID-19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심사를 기다리던 중, 내 앞에서 심사대가 갑자기 닫히는 게 아닌가.

 

안내하시는 분이 미안하다면서 옆으로 안내하는데, 이러시면 슬퍼진다고 한 마디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

 

일본말을 할 줄 아냐면서... ~_~ 잘은 못해도 조금은 한다니 놀라시는 눈치.

 

여하간 지문 찍고 심사대 가니 바로 상륙허가증 붙이고 패스. 나중에는 감당이 안 되니 내국인용 창구, 재류허가증 보유자 창구 다 열어서 심사를 받더라.

 

일본을 두 번 갔다왔다지만 관서지역은 처음이다. 다른 의미에서 설레고 있었다.

 

갑자기 떠나는 여행, 급박함 속의 설렘. 오랜만의 붕 뜬 기분. 모든 게 완벽했다. 날씨만 빼면.

 

2023. 7. 13.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