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이칼 호에 도착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바이칼 호를 끼고 슬류댠카(Слюдянка) 역을 지난 후 이르쿠츠크로 돌아 들어온다.
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오던 사흘 전, 바이칼에 접어들수록 날씨가 점점 흐려 먹구름이 잔뜩 끼고 비까지 왔건만,
바이칼 호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도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날씨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알혼 섬에 도착하던 날 날씨가 나쁘진 않아서 다음 날 있을 바이칼 투어가 나쁘진 않겠지 싶었다.
바이칼 호수 투어는 남부와 북부로 나뉜다. 나는 북부로 신청해서 알혼 섬 북단을 다녀왔다.
비용은 1400루블. (니키타 하우스에서 예약할 때는 리셉션에 300루블만 내고, 1100루블은 다음 날 운전기사에게 냈다.)
북부투어든 남부투어든, 멀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멀미약을 먹을 것!
주요 지점에서 자주 내린다지만 이동시간이 긴 구간이 여럿 있어, 멀미약을 먹지 않으면 진짜로 힘들 수 있다.
이 투어도 마찬가지로 알혼 섬 곳곳에서 투어 신청자를 태운 뒤 알혼 섬 북단으로 간다.
이 날 동승자는 중국인 3명, 러시아 가족 4명, 나 1명. 한국인은 없다!
참고로, 투어 중간에 간단히 점심을 먹는 시간이 있다. 저 투어 비용에 점심 비용이 들어가있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혼 섬에 도착하면 전고가 높은 SUV를 렌트해서 돌아다닐까 생각했는데,
바이칼 호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이거니와 국가 보호구역인지라 들어갈 때도 운전기사를 통해 서류를 체크하곤 했다.
여행이 아주 복잡해지므로 차량 렌트는 제외하기로~
바이칼 투어 중에는 바이칼 호 주요 지점을 가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숫가에 내려가볼 수도 있다.
헌데 몇몇 지점은 거리는 멀고 시간은 부족해서 제대로 보기 힘들 법한 곳도 있다.
나야 보병장교 시절의 행군능력(?)을 되살려 엄청난 속보로 다녀왔지만...
이 날 날씨가 많이 도와주었다. 정말 찍기만 해도 작품이 나오는 날씨.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사진으로 느껴보자.
짬을 내어 바이칼 호가 어떤 곳인지 설명을 보니,
바이칼 호는 3천만 년 가량 이전에 형성된, 세계 최대의 담수호이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 한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개통되기 이전에는, 겨울에 얼어붙은 바이칼 호 위에 철로를 놓아 열차를 운행했다고 한다.
이 시기 바이칼 호를 건너다 다수가 동사했던, '시베리아 얼음 행군'이라 불리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바이칼 호가 오염되는 징후가 나타나 러시아 정부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정화작업에 골몰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진 않은 것 같다고. 아마 생활폐수가 유입되어 나타나는 문제인 듯하다.
청정한 자연이 우리의 곁에서 사라져 후회하기 전에, 온전히 남을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더 오염된다면 러시아에서든, 인류 전체에서든 이 곳에 사람의 발길이 오가지 않도록 막지 않을까.
많은 생각을 안겨준 곳, 바이칼 호였다.
2019. 9. 10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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