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날씨 좋은 날.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내의 박물관, 전시관은 모두 쉬지만,
이 때가 아니면 네바 강을 산책하기 힘들 것 같아서 걷고 걸었다. 날씨가 도와주니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표트르 1세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스웨덴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시 개척 이전에는 늪지대요, 뻘 천지였다.
그런 곳을 처음 도시로 개척한 장소가 바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였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에 딸린 황실 묘역에는 로마노프 왕조를 이뤘던 군주의 유해가 안장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당도, 묘역도 수요일이어서 문을 열지 않았다. 맑은 날이면 네바 강 건너편에서 성당 첨탑이 훤히 보인다.
요새 위로 올라가볼 순 있었는데, 올라가려면 돈을 내야 해서 그냥 요새 밖으로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요새 밖으로 나가면 요새 벽을 따라 네바 강변을 걸을 수 있다.
요새 성벽이 보기보다 육중하다. 벽돌을 여럿 쌓아 높이 만든 성벽이다.
아무리 네바 강을 거슬러 와도 저 성벽을 어떻게 넘을까 싶다.
사실 표트르 대제 시기의 스웨덴은 서유럽이 종교개혁과 30년 전쟁으로 혼란을 겪는 동안 중앙집권체제를 갖추고
강력한 왕국으로 거듭났기에, 로마노프 왕조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이런 요새를 구축한 것.
거짓말처럼, 여길 나온 뒤 1시간 남짓 지나자 다시 날씨가 흐려졌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이런 광경을 본 게 한 두 차례가 아니지만,
몇 번을 접해도 적응할 수 없는 날씨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있으니 배부른 소리가 되려나?)
2019. 11. 12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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