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름 붙은 성 이삭 대성당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삭이 아니라 달마티아의 성인인 이삭을 말한다.
표트르 대제가 태어난 5월 30일은 성 이삭 축일이었고 이에 따라 성 이삭을 표트르 대제 자신과 로마노프 왕조의
성인으로 삼았기에 성당 이름도 성 이삭 대성당이 되었다. 즉, 이 성당은 표트르 대제에게 바치는 성당이며
달마티아의 이삭에게 봉헌한 성당이기도 하다.
달마티아의 성인인 성 이삭은 4세기 콘스탄티노플에 달마티아 수도원을 세웠기에 달마티아의 성인이라 불린다.
성 이삭 대성당은 19세기 초, 알렉산드르 1세가 큰 성당을 짓고자 설계안을 공모했음에도 만족스런 안이
없던 차에, 아구스틴 데 베탕쿠르에게 성당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게 했다.
이에 베탕쿠르가 추천한 인물이 바로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인 오귀스트 드 몽페랑이다.
몽페랑은 신고전주의에 기반한 양식으로 성당을 설계, 네 부분의 파사드와 43m 높이의 대형 돔을 얹는
파격적인 안을 설계했다. 성당 건축을 위해 먼저 몽페랑은 지반을 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갯벌 위에 건설된 도시인지라 지반을 다지지 않으면 건물이 금세 무너지기 때문이었다.
네 부분의 파사드는 48개의 화강암 기둥으로 이뤄져있는데, 이 화강암은 핀란드에서 공수된 것이라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성당 건축에 동물의 힘을 쓸 수 없다며 모든 과정을 인력으로 이뤄냈다는 점.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당 완공까지 약 40년 정도 걸렸다고 전한다.
몽페랑은 성당 완공을 본 후 달포 뒤에 숨을 거두었고, 생전에 성 이삭 대성당에 묻히길 원했지만 정교회 신자가 아니란 이유로 거부되었고 고향인 프랑스에서 어머니의 곁에 묻혔다.
대성당 앞에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보수 중이라 가려놓았다.
동절기에 와서 그런지 뭐 이렇게 가려놓는 게 많나 싶다.
성 이삭 대성당은 금박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설계할 때부터 금박의 지붕을 얹는 게 핵심이기도 했고.
들어갈 때는 성당 정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매표소가 있다.
사진에도 보이지만, 성당 입장과 금박 지붕이 있는 탑으로 올라가는 비용은 따로 정해져 있는데,
표를 끊을 때 한 번에 끊을 수 있다. 입장권, 오디오가이드, 탑 입장료 모두 포함해서 750루블. 쫌 비싸다.
성당 내부는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들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피의 성당에서 쓴 것처럼 목소리가 너무 졸릴 수 있어서 문제지만.
성당 구경을 끝내고 금박 돔으로 올라가본다. 금박 돔으로 올라가려면 성당 밖으로 나온 다음 성당 정면의 출입구에서 성당 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는 다른 입구(성당 정면 기준 오른쪽)로 가야 한다.
습기때문인지 계단이 상당히 미끄러웠다. 몇 번 미끄러질 뻔해서 나중에는 난간을 잡은 채 올라갔다.
그래서일까, 내려올 때가 더 걱정됐다. 내려올 때는 힘 잘못 풀리면 넘어지다가 구를 수도 있으니까.
날씨가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날씨가 더 나쁠 것만 같아서 바로 올라갔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고층 건물인 라흐타 센터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한 번 난리가 난 적이 있단다.
이 건물은 원래 상트페테르부르크 한복판에 지어질 예정이었는데, 건설 계획안이 발표되었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흉물이 될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에서도 지정이 철회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축물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적이 있다.
결국 러시아 크렘린에서 건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지금의 위치인 라흐타에 건설되었다나 뭐라나.
2019. 11. 12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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