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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65. 모스크바(12) - 황금의 고리 찾아가기 / 세르기예프 파사드

모스크바 주위에는 옛 도시 여러 곳이 있어, 이 도시들을 예로부터 황금의 고리(Золотое кольцо)라 일컬어왔다.

모스크바도 유리 돌고루키 대공에 의해 건설된 고도(古都)지만, 모스크바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때는 소련 시기다.

이 황금의 고리를 이루는 도시들 역시 모스크바 못지 않게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황금의 고리를 이루는 도시를 다 가보면 좋겠지만, 모스크바에도 볼 것이 너무 많은 탓에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아

열차로 왕복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세르기예프 파사드(Сергиев Посад)를 다녀오기로 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여기의 삼위일체 대성당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80%를 차지하는 것 같다.

사실 모스크바에도 중국인들이 엄청 많아서 관광 명소를 가면 러시아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릴 때가 있는데,

세르기예프 파사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열차로 다녀오려면 모스크바 야로슬라블 역에서 엘렉뜨리찌까를 타고 다녀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그 야로슬라블 역 건물로 가면 안 되고, 야로슬라블 역 건물 뒤쪽으로 가면

엘렉트리찌까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이 나오니, 야로슬라블 역 뒤로 돌아가자.

 

승차권은 중간에 보이는 자동발매기에서, 탑승은 오른쪽 탑승구로 나가면 된다.

사진으로 보이는 좌측 편에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역 승차권 발매소가 있는데,

여기로 가서 세르기예프 파사드 행 열차표를 사려면 퇴짜맞는다. 바로 야로슬라블 역으로 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바로 탑승구 쪽으로 와서 자동발매기로 사는 것이 편하다. 애초에 역 내를 오가려면 소지품 검사가 귀찮거니와,

러시아어가 되지 않으면 일단 창구에서 예매하기 힘들다.

 

한 번은 모스크바 키예프 역에서 승차권을 취소하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여행 일정과 시간, 열차편명, 등급을 메모장에 싹 적어서 준 다음,

간단한 질문에만 대답하면서 힘겹게 승차권을 구입한 적이 있어서인지, 나중에는 자동발매기부터 찾게 되더라.

영어도 다 지원하니 언어 문제도 덜하다.

 

오랜만이다. 엘렉뜨리찌까.
1시간 반 가량 열차를 타고 가면 세르기예프 파사드 역에 도착한다. 왼쪽 위에 무지개가 떴다!

삼위일체 성당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입장권 사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성당 입구에 매표소가 없고, 엉뚱한 곳에 있다.

 

삼위일체 성당 입장권 판매소가 있는 건물.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면 된다.

이렇게 저택처럼 생긴 건물로 들어가서 입장권을 사면 되는데, 여기는 현금만 받고 있다.

다른 장소에서 전부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것을 생각하면 약간 당혹스럽다. 미리 인출한 현금이 있어서 다행.

입장료는 500루블이며, 저 건물에 우체국도 함께 있어 엽서 등을 보낸다면, 성당을 나서며 보내면 될 듯.

시간이 좀 남는다면 안의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첫 번째 사진의 건물 안에서 마신 카푸치노 한 잔.
세르기예프 파사드의 성모 영면 성당.
정면의 교회가 삼위일체 성당.

마침 삼위일체 교회 안으로 들어갔더니 성가와 함께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지만 경건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종교 의식이 주는 경건한 분위기를 느끼는 데는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경내의 종탑. 15분마다 한 번씩 종이 울린다. 탑 뒷편의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이 날 날씨가 매우 변덕스러워서 비가 오다가도 햇빛이 드러나고, 햇빛이 드러나다가도 다시 비가 내리길 반복했다.

이 쯤 되니 날씨에 대해 해탈했을 지경. 우산을 계속 갖고 다니는 것으로 해결했다.

 

경내 한 켠에 있던 묘역. 성당의 성직자들이 묻힌 것 같다.
성당을 나오는 길, 천정에 있던 예수의 이콘.
성당 밖을 보면 성당이 하나의 성 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건대, 러시아에서 종교 관련 건물은 최근까지 수난을 겪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구 소련의 이념이었던 무신론 때문이었다. 무신론 때문에 종교의 설 자리가 없어진 탓에,

박물관으로 쓰인 일부 성당을 제외하면 대개 창고나 숙영시설 등으로 쓰였다고 전한다.

성당 뿐이었을까? 이슬람 모스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 년 전에 다녀왔던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 등지에 있던 모스크, 메드레세 역시 창고 혹은 숙영시설로 쓰이다

소련 해체 이후 비로소 종교 기능을 회복했다.

그래서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정교회가 다시 들어설 때까지 러시아 내 대부분의 종교 관련 건물들은 대부분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은 것.

 

2019. 10. 30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