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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63. 모스크바(10) - 볼쇼이 극장 ① / 볼쇼이 극장 투어

4년 전,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며 '영화와 공연예술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교양 학점이 아직 3학점 남았던 때인데다 이 3학점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면 학사사관 입대를 할 수 없었기에,

이 과목만큼은 성공해야 된다며 수강신청에 목을 매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명강의로 소문이 자자해 경쟁도 심했다.

이 때 볼쇼이 극장에 꼭 가보라던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났다.

 

볼쇼이 극장만 보고 오기에는 아쉬운지라 큰 마음 먹고 오페라를, 그것도 앞 쪽 자리(앞에서 셋 째 줄)로 예매했다!

그래서 오전에는 볼쇼이 극장 투어, 오후에는 오페라 관람을 했다.

볼쇼이 극장에 가려면 모스크바 지하철 2호선(자모스크보레츠카야 선)의 테아트랄나야(Театральная) 역에 내리면 된다.

1호선은 오호트니 랴트(Охотный Ряд)역, 3호선은 플로쉬드 레볼류찌(Площадь Революции) 역에 내리면 되며,

세 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접근성은 2호선이 제일 좋다.

 

볼쇼이 극장 전경. 이 날도 어김없이 날씨가 좋지 않았다. 오른쪽에는 쭘(ЦУМ) 백화점이 보인다.

볼쇼이 극장은 말 그대로 '큰 극장'이다. 볼쇼이 극장 옆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말리 극장(Малый театр)'이 있는데, 여기는 볼쇼이 극장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 한다.

볼쇼이 극장에서 주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말리 극장에서는 연극을 주로 다룬다.

 

볼쇼이 극장 옆의 말리 극장. 규모는 작아뵈지만 전통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극장이다.

볼쇼이 극장 투어 및 공연 예매는 모두 볼쇼이 공식 사이트(https://bolshoi.ru/)에서 가능. 영어도 지원 된다!

 

볼쇼이 극장 투어는 말 그대로 볼쇼이 극장 곳곳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고, 러시아어 투어와 영어 투어로 나뉜다.

홈페이지 접속 후 PLAN YOUR VISIT → BUILDING TOURS로 들어가면 신청 가능하다. 가격은 2,000루블.

영어 투어는 매주 화, 수, 금 오전 11시 30분에, 위 사진에서 분수 너머에 보이는 12번 출입구에서 시작한다.

공식 사이트에서 티켓을 예매하면 아래와 같은 티켓을 이메일로 받는데, 꼭 출력해서 가져가야 한다.

 

티켓의 대략적인 모습. (중요 정보는 지웠습니다.)

투어 시작 전, 가급적이면 11시 30분보다는 15~20분 정도는 일찍 가는 게 좋다.

내가 갔을 때는 11시 20분에 사람이 다 모이니 바로 시작했던지라, 기왕이면 늦지 않게, 여유롭게 가는 게 좋을 듯.

 

일단 옷과 가방부터 맡기고 시작한다.

먼저 옷과 가방을 맡긴 다음 투어가 시작된다. 보관소에 계신 분이 영어로 물으시길래 러시아어로 대답했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러시아어를 할 줄 아냐고 되물으셨다. 조금 할 줄 안다고 하니 아주 좋다고 하시는 모습이 기억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어가 통한다지만 러시아에서 조금이라도 러시아어를 하면 인식이 달라지는 게 없지 않다.

아래는 투어 간 찍은 사진들. 투어 중에는 사진 찍을 시간을 여유롭게 주시니 부담 없이 촬영할 수 있다.

다만, 투어 후기에서 리허설 중이면 사진 촬영이 제한된다 하니, 투어에 참여하는 날의 운에 맡겨야 한다.

 

볼쇼이 극장은 예카테리나 2세 재위 시기인 1776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세 번의 화재를 겪은 뒤인 1856년에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시기에는 러시아 예술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놀랍게도, 대조국전쟁(제 2차 세계대전의 러시아 측 명칭) 시기에도 볼쇼이 극장의 공연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예술의 자존심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전쟁에 나가는 소련 인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볼쇼이 극장에서는 러시아 문필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유럽의 문필가, 예술가에 의해 쓰인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공연장 안에 있는 바. 가격은 묻지도, 생각하지도 말자.

오페라, 발레는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바인데, 가격은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다음은 볼쇼이 극장 메인 공연장 사진들.

 

볼쇼이 극장 층별 관객석. 중앙의 돋보이는 자리는 옛날의 짜르 전용 자리라나.
볼쇼이 극장 무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공간. 무대가 보기보다 컸다.
볼쇼이를 거쳐간 배우들의 모습. 볼쇼이 극장은 소련 치하에도 러시아 예술의 본산이었다.
다른 방에 전시되어 있던 의상과 실제 볼쇼이 극장에서 활동한 배우들의 사진.
의상들 중에서 꽤 화려했던 걸로 기억하는 의상. 여기 아름답지 않은 의상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일본 공연 홍보물.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일본 방문 홍보물이 있길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본은 1950년대 이미 소련과 수교했기 때문에

이러한 교류가 있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소련 해체 직전)에 와서야 수교한 걸 감안하면 의외의 측면.

볼쇼이 극장에서 오페라를 관람할 시간 혹은 여건이 없다면, 볼쇼이 극장 투어로 대신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투어 시간이 1시간 ~ 1시간 반 사이인 것에 비해 투어비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순 있다.

 

2019. 10. 30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