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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무르시아(2) - 분홍빛 소금호수 찾아가기 : 토레비에하로의 일탈 여행기를 쓰다 보니 마드리드나 무르시아만큼 주변으로의 일탈을 많이 계획한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무르시아는 베이스캠프같은 느낌이 들 만큼. 여튼, 토레비에하로의 일탈기를 써본다. 덧붙이자면, 토레비에하는 무르시아보다 알리칸테(Alicante)에서 왕복하는 것을 추천! 토레비에하는 스페인 남동부의 조그만 마을로, 본래 소금광업지대가 있고 어업이 왕성한 마을이라 한다. 여기에 있다는 소금호수가 분홍빛을 띄어 유명하다고 하니, 안 가볼 수가 있나. 위에도 썼듯 알리칸테에서 가는 것을 추천하긴 하나, 굳이 무르시아에서 가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여, 여기에는 무르시아에서 토레비에하로 가는 법을 써둔다. 무르시아에서 토레비에하로 가는 버스는 버스터미널에서 타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버스가 정말 없다. 특히 주말..
#93. 무르시아(1) - 도시의 한가로운 오후 사실 무르시아에서 뭘 할 지 계획을 할 때, 무르시아보다는 그 주변에 눈이 더 많이 갔다. 이런 점에서는 알리칸테(Alicante)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계획을 짤 때는 왠지 무르시아에 머물고 싶었다. 무르시아 자체가 나쁜 도시도 아니었고, 숙소에서 시내를 오가는 길도 좋았다. 그리고 장을 보려면 무르시아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니, 무르시아 시내를 아예 안 간 것도 아니고. 스페인 음식을 이야기할 때 하몽을 빼면 섭하다. 나도 맥주마실 때 십중팔구 안주로 사오는 게 바로 하몽. 까르푸, 시장, 정육점 어디든 규모가 있는 곳이면 하몽을 걸어놓고 파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까. 가끔 시장에서 장을 볼 때면 잠시 부르더니 걸어놓은 하몽을 썰어주곤 먹어보라는 일도 흔하다. 아무래도 무르시아에서 한 것이 ..
#92. 발렌시아 → 무르시아 / 여행의 낙을 느끼다 귀차니즘이 극에 도달했다. 놀고 먹는 데 미쳐서 정리하길 미뤄온 지 어느덧 두 달째, 내일 당장 스페인을 뜨는데... 그래도 간간이 정리해야 나중에 후폭풍이 밀려오지 않겠지...? 발렌시아를 떠나는 11월 20일은 꽤 흐렸다. 게다가 감기가 찾아와 극악의 컨디션을 갖고 떠났다. 발렌시아에서 묵었던 숙소가 환기가 안 되어 공기가 답답했을 뿐더러, 환기하려고 낮에 문을 열어두면 계속 닫아 환기가 될 턱이 있나. 그러니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다. 발렌시아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버스를 타러 가기로 했다. 매주 목요일 정오면 콘스티투시온 광장 한 켠에서는 트리부날 데 라스 아구아스(Tribunal de las Aguas), 소위 '물 재판'이 열리는데, 이 물 재판은 예전부터 있어온 농부들 간의 관개수로 분쟁에..
#91. 발렌시아(4) - 신/구의 조화? 발렌시아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발렌시아 과학관과 유럽에서 제일 크다는 수족관인 오세아노그라픽이 있다. 원체 수족관같은 시설을 좋아하지 않아서 안에 들어가진 않고 외관만 구경하고 나왔다. 입장료도 싸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근처의 과학관과 묶어서 파는 티켓을 사면 조금 더 쌌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순도 100% 문돌이라, 과학과는 거리가 또 멀다. 그러니 자연스레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위 두 장의 사진을 찍으려고 바닥에 엎드려서 찍었다. 역시 몸이 고생을 좀 해야 사진도 괜찮게 나오는 것 같다... 발렌시아에는 오르차타를 파는 곳이 종종 보이는데, 오르차타(Horchata)는 단 맛을 가진 스페인 음료로, 보통 여름에 차게 해서 마신다. 마셔보면 정말 달아서, 자칫 맛있다고 계속 마시다간 어..
#90. 발렌시아(3) - 최후의 만찬이라니? / 발렌시아 대성당 발렌시아 대성당이라면 당연히 발렌시아 교구를 관할하는 대성당이겠거니 싶어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 '최후의 만찬'에 쓰인 성배가 모셔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가볼까 했다. 돈을 아낄 땐 아끼더라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한 번 가보는 게 낫지 싶었다. 성당 입장료는 8유로, 오디오 가이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단, 한국어는 없다. 성당과 붙어있는 미겔레테 탑 입장료는 2유로로 별도. 사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당을 여러 곳 가도 예수의 12사도가 누군지, 성모 마리아가 누구인지 아무리 봐도 기억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풍경에 질려서 안 가게 될 뿐.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체로 교리에 능통한 신학자 혹은 카톨릭 신도도 아니거니와 평소 한국에 있을 때는 성당의 'ㅅ'..
#89. 발렌시아(2) - 지중해 교역의 마당발(?) / 라 론하 데 라 세다(La Lonja de la Seda) 발렌시아에 독착한 날이 11월 10일, 한국에서 슬슬 추워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여기는 별 해당이 되지 않았다. 아, 숙소의 공기가 엄청 나빴던 것을 빼면 말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어야지!) 발렌시아에서의 첫 일정은 앞 글처럼 해안가 산책으로 대신했다. 한 번 쉬기 시작하니 계속 쉬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그렇다고 안 움직이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아서, 다시 움직인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은 라 론하 데 라 세다 정면이고, 입구는 사진 정면의 왼쪽으로 돌아서 뒤로 가면 있다. 설명을 보면, 1482 ~ 1533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 성당, 정원 등의 건축물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후기 고딕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르네상스 양식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88. 발렌시아(1) - 철 지난 바닷가 여기도 겨울이 있었다. 아니, 한국인의 눈에는 전혀 겨울같지 않았다. 눈이 내리지 않고, 얼음도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몸에는, 눈에는 겨울이었다. 하긴, 여름에는 태양이 뜨겁게 작렬한다고 하니, 이것도 춥긴 추울 게다. 그럼에도 발렌시아의 바닷가는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그것과는 달랐다. 휑한 바닷가에 갈매기 몇 마리가 오갈 뿐이었고 사람 몇 명만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11월 중순이어서였을까.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문 연 곳이 없지는 않았지만, 세게 말하면 썰렁하기 그지없을 정도였을까. 다행이란 생각도 드는 게, 여름이었다면 사람으로 가득했을 이 곳을 조용히, 내 나름대로 천천히 거닐 수 있어 좋긴 했다. 내가 스노클링, 윈드서핑 등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지라 걷기만 하는 게 더 나았던 것 같다..
#89. 사라고사 → 발렌시아 / 메디아 디스텐시아(Media Distancia) 타기 사라고사에서 발렌시아로 가는 버스편을 미처 찾지 못해 이번에도 열차를 탔다. 스페인에서는 어지간하면 열차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는 편이다. 렌페(Renfe) 운임이 터무니없이 비싸고(일찍 예매하지 않는다면), 렌페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루트도 많다. 그래서 보통은 버스를 많이 탄다. 지금 코르도바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로 버스를 탄 횟수가 훨씬 많다. 사라고사 역과 터미널은 같이 붙어있는데, 시내와 거리가 조금 멀다. 만약 사라고사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일이 있다면 미리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웬만한 시내버스는 다 여기로 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될 듯.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열차는 10분 정도 지연을 먹고 들어왔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열차를 타던 날 15분 이상 지연되길래 불안했는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