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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55. 모스크바(2) - 붉은 광장 이야기 ①

어릴 적, 테트리스 게임을 하면 항상 메인화면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건물은 뭘까? 진짜 있는걸까?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가끔씩 손이 심심하면 테트리스를 하긴 하지만.)

나중에 가서야 그 건물이 붉은 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 성당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붉은 광장이 모스크바의 중심임을 안 것도 오래 되진 않았다.

그 때부터였을까. 저 도시에 꼭 한 번 가보리라는 마음을 먹게 된 것도.

 

사실 모스크바 한복판에 섰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3년 전에 한 번 오긴 했지만 그 땐 바로 헬싱키로 가는 열차에

오르느라 모스크바의 'ㅁ'자나 좀 느꼈을까 싶었고, 제대로 찾아오기까지 3년 반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기 때문.

 

 붉은 광장으로 가는 길목의 국립 역사박물관. 박물관 앞의 동상은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

가는 길목부터 건물의 색감이 참 예쁘단 생각이 든다.

원래 '붉은 광장'의 '붉은'이 뜻하는 바가 '아름다운'이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붉은 광장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굼 백화점. 건물이 조명의 옷을 입었다.

마음 같아서는 굼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비싼 것도 먹고 싶었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는 그저 웁니다.

그래도 예쁘니까 됐다!

 

붉은 광장으로 들어와서 찍은 굼 전경. 규모가 상당히 크다!
벽 너머의 크례믈. 사진으로만 본 것을 내 눈으로 볼 줄이야. 날씨가 흐리니 분위기가 음산하긴 하다만.
크례믈 벽 묘지와 레닌 묘.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엄격히 제한된다.

만일 레닌 묘를 간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면 엄청난 인파로 인해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차라리 일찍 가서 보는 것을 추천.

크례믈 벽 묘지 출입구는 붉은 광장 출입구와는 달리 크례믈 벽 쪽 구석에 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음.

단, 입장 시 주의사항이 있다. 레닌 묘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 절대 불가, 멈추면 안 되고 계속 걸으면서 참관해야 함.

멈추려 하면 근위병이 바로 걸으라고 이야기함.

(입장시간 : 월, 금 제외하고 오전 10시 ~ 오후 1시)

 

들어갈 때 중국인 단체여행객들과 같이 들어갔는데,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들은 레닌에 대해 참배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1970년대 중 · 소분쟁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싹틔운 사회주의 혁명가라 그런 것일까?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할 따름.

 

나는 레닌 묘를 돌아보면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생각났다. 보존처리된 사람들이 이렇게 되길 원했을까.

베트남의 호치민은 죽기 전, 자신을 화장해 북부, 중부, 남부에 고루 뿌리고 집을 하나 지어 참배객들이 나무를 심게

하라고 했지만, 그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베트남에서는 지금 영묘를 만들어 시신을 보존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오쩌둥 사후 모주석기념당을 만들어 시신을 보존하고 있고...

북한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물론 김일성이야 죽기 전에 자신을 혁명열사릉에 묻어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지만 김정일이 그 말을 쿨하게 무시하고 시신을 보존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정일은 특이하게도 자신이 원해서 보존된 케이스.

이 두 부자가 보존된 곳이 금수산태양궁전. 통일이 언제 될 지 모르겠지만, 통일이 된다면 먼저 부숴질 장소 1순위.

 

이러한 시신 보존은 모두 정치적 정당성, 즉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가의 존립에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장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엠버밍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 측에서는 이 기술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최근에는 레닌 묘를 없앨까 말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는데, 이제는 관광객들도 많이 오면서 명소가 되다 보니 없애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러시아 공산당도 있어 대놓고 없애기에는 눈치가 많이 보이는 듯.

 

크례믈 벽 묘지 출입구. 오른쪽으로 난 인도에 줄이 있고 그 줄에 서면 들어갈 수 있다.

크례믈 벽 묘지는 적백내전, 대조국전쟁 시기 활약한 인물, 소련 공산당의 주요 인물들이 안장되어 있는,

주요 국립묘지이다. 그 중에서 주요 인물들은 흉상이 세워져있다. 아래는 그 중 일부.

 

크례믈 벽 묘지의 인간백정 아저씨. 원래 레닌 옆에 들어가려다 뉘 꿈에서 방 빼라 해서 나왔다는 설이...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였나... 소련의 회색시대를 연 장본인.
전부 소련 공산당 서기장들이다.
그 외의 인물들은 이렇게 안장되어 있다.
인류의 우주시대를 연 유리 가가린도 이 곳 크례믈 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크례믈은 단순히 모스크바라는 도시의 광장 그 이상으로, 국가 차원의 행사가 있을 때면 퍼레이드를 여는 등 지금도

러시아의 중심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승리의 날 행진도 매년 여기서 했고 러시아의 주요 인물이 여기 모셔져 있음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에서 붉은 광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바로 테트리스의 그 성당.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바로 그 성당. 성 바실리 성당!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중에 듣기로 들어갈 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들었다.

실제 이름은 포크롭스키 성당이라고 되어 있지만 성 바실리를 모시고 있는지라 성 바실리 성당으로 더 많이 불렸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불려온 것. 소원 하나 성취!

 

크례믈 안의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넘긴다.

 

2019. 10. 22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