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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57. 모스크바(4) - 참새언덕과 모스크바 국립대학

두 장소는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연관이 있는 점이라면 서로 가깝다는 것?

원래 콜로멘스코예로 가려 했지만 문을 닫아서 바로 모스크바 국립대학과 참새언덕을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먼저 향한 곳은 모스크바 국립대학.

 

모스크바 국립대까지 타고 간 미니버스. 이 버스도 트로이카로 탈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 건물은 그 유명한 '스탈린의 7자매' 중 하나.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면서 한편으론 칙칙한, 소련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향간에는 스탈린이 뉴욕의 마천루를 본 뒤 '우리 나라의 하늘은 왜이리 허전하냐!'라는 일갈을 하자,

저런 대형 건물이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냉전 시기 지어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 대해 사소한 것에도 질 수 없었던 냉전 시기의 묘한 경쟁심리가 만든 결과물.

 

모스크바 국립대학은 원래 제정 러시아 시기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미하일 로모노소프에 의해 설립되었다 전하며,

러시아 혁명 이후 국립대학으로 지정되었다.

소련 건국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은 러시아의 최고 학부를 넘어 구 소련 시기 공산권의 최고학부로 자리매김했다.

구 소련 시기 북한에서도 모스크바 국립대학으로 유학을 왔다 하는데,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도

이 곳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유학했다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종합대학인지라, 모스크바 국립대학 근처에 모스크바 지하철 1호선(소콜니체스카야 선)의

'우니베르시테트(Университет)'역이 있다. 이름은 그냥 '대학' 역이지만, '대학'이라는 명사를 대표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이 있으니 이렇게 정했다 볼 수 있겠다.

 

멀리서 본 모스크바 국립대학. 그 앞에는 설립자인 미하일 로모노소프 동상이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 정점의 별. 보기에는 작아뵈도 무게가 수 톤은 나간다고.
모스크바 국립대학 본관 입구. 스탈린의 7자매 아니랄까봐 낫과 망치가 버젓이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 뒤쪽으로 나와서 바라본 장면. 먹구름까지 더하니 인외마경(?)이 따로 없구나!

어차피 대학 안에는 재학생, 교직원이 아니면 들어가볼 수 없기에, 주위를 걷다 참새언덕으로 향했다.

마침 참새언덕으로 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더라. 저 멀리 보이는 루즈니키 스타디움.

 

가을이 완연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조금 걷자, 낙엽이 무수히 진 참새언덕 산책로가 나타났다.

10월의 러시아는 말 그대로 '장마'다. '슬랴까쯔(Слякоть)'라 불리는, 도로가 녹아내리는 현상도

봄철의 해빙기와 가을 장마 때 나타나는 현상. 정말 하루종일 비만 내린다. 조금이나마 해가 나타나면 감사해야 될 지경.

반대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때는 나름대로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주니 고맙다고 해야 되나 싶다.

 

낙엽은 지고, 장마가 물러가면 추위가 몰려올게다. 아직은 아니지만.
모스크바 시내로 향하는 도로. 중앙 저 멀리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보인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나무 곳곳에 이렇게 새들이 쉬어갈 수 있게 물통이라던가, 나무로 된 집들이 많이 보인다.

그 안에는 나무열매 등의 먹을 것이 놓여 있고, 잠시 쉬어가는 다람쥐, 새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물통 안의 나무열매. 러시아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참새 언덕을 거닐다 만난 다람쥐. 나무집에서 간식을 먹고 있던데, 맛있니?

 

참새언덕 쪽에도 모스크바 지하철 역이 있다. 1호선(소콜니체스카야 선)의 '보로비요비 고리(Воробьёвы Горы)' 역이다.

역 명칭이 애초에 참새언덕의 러시아어 이름에서 따온 것.

다만, 모스크바 국립대학과 같이 둘러볼 생각이라면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넘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참새언덕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국립대학 방향으로 오게 되면 오르막길을 넘어와야 하기에 체력이 부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곳을 모두 둘러본다면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참새언덕으로 오는 것을 추천!

 

2019. 10. 29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