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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51. 로스토프-나-도누(1) - 뜻밖의 한국교육원

러시아에는 로스토프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가 두 곳 있다.

하나는 황금의 고리를 이루는, 모스크바 근처의 로스토프고 다른 하나는 바로 여기, 로스토프-나-도누다.

로스토프-나-도누는 'Ростов-На-Дону'로, 돈 강의 로스토프라는 뜻이다. 전자의 로스토프 시와 구별을 위해 이런 명칭을 만든 것. 다른 이름을 쓰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어서 이 도시가 어디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올해는 로스토프-나-도누 시가 생긴지 270년 되는 해!

여기서 뭘 할까 생각은 많이 한 게 없었다만, 의외의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여기에도 푸쉬킨 거리가 있었는데, 여기 근방에 한국교육원이 있는 게 아닌가.

의외였다. 왠지 한국과 관련된 장소가 없을 것 같은 곳에 한국교육원이라니.

하긴, 이 러시아에서 이따금씩 BTS 노래 등등의 K-pop 음악이 들리는 걸 보면 놀랍다.

 

푸쉬킨 거리. 평일 낮의 거리는 여유롭기 그지없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만난 익숙한 표지. 문제가 많은 표지긴 하다만, 반가운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한글로 쓰인 현판이 그저 신기할 따름.

 

반가운 마음에 잠시 들어가봤다.

때마침 사무실에 고려인 분께서 계셨고, 다행히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은 생긴 지 생각보다 오래됐다. 2001년에 생겼으니 근 20년이 되어가는 곳.

관할지역이 상당히 넓다. 북캅카스 지역을 비롯한 흑해 연안 지역 및 남부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교육원 안에 있던 한복. 어릴 때 빼면 한복을 입은 적이 얼마나 있던가 싶다.
강의실에 있던 한국 관련 물건들. 고무신에 관모에...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 많았다.

 

교육원에 계시던 고려인 선생님께서 몇 가지 말씀을 해주신 걸 적어본다.

 

최근에는 고려인 3, 4세보다 러시아인들이 더 많이 이 곳을 찾는다고 하시며, 고려인 후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 추세라고 한다. 의외로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애로사항이 없냐고 여쭈니, 이 지역은 직접 연결되는 교통편이 없어 교류가 아직까지 활발하진 못하다 한다.

이르쿠츠크나 사할린 등지의 한국교육원은 전부 한국과의 직항로가 개설되어 있어 비교적 교류가 용이하나,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은 한국으로 가려면 최소 1개 지역(모스크바 등)을 거쳐야 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최근까지 직항로 개설 등, 한국과의 교류 방안을 논의해왔다고는 하나 의미 있는 접점을 찾진 못했다는 듯.

항로 측면을 본다면, 아마도 수익 문제 때문에 논의의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맞을 게다.

다만, 예산 확보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행정부 혼자서 움직일 수만은 없을 터.

입법부에서 제대로 일을 해야 행정부도 탄력을 받을 것인데, 지금의 작태를 보면 과연 입법부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으니, 여기서 끝맺어야겠다.

 

*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 주소 : 221, Pushkinskaya Street, Rostov-on-don

 

  바쁘심에도 시간을 내어주신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 10. 13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