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노다르에 온 것도 잠시, 열차를 타고 4시간 정도 가면 소치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흑해 연안의 도로가 상당히 구불구불한지라 버스로 가면 야간버스에 7시간 이상 걸리니, 무조건 철도가 답이었다.)
사실 바로 다녀온 이유는 날씨 때문. 내가 크라스노다르에 도착한 날은 맑았지만 그 다음은 흐리고 비까지 온댔다.
그래도 날씨가 덜 나쁠 때 한 번 다녀와보기로 하고 열차표까지 예매했다.
다만, 소치 당일치기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왕복 8시간의 일정을 소화하려면 새벽에 나서야 하거니와
열차 좌석도 그닥 편하지 않아 오래 앉아서 가기 힘들다. (실제로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내가 탔던 열차는 '라스토치카(Ласточка)'라는 등급의 열차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똑같은 라스토치카여도 다니는 노선마다 객실 내부 구성이 좀 다른 것 같았다.
크라스노다르에서 소치로 향하는 열차의 좌석은 리클라이닝도 안 되고, 등받침도 상당히 딱딱했다.
(1~2시간이라면 타겠지만 4시간은 무리다. 차라리 침대칸을 예약해서 1시간 가량 더 걸려도 그냥 마음 편하게 가길.)
사진에도 어렴풋이 드러나지만, 소치로 오니 도시의 분위기가 확 다르다.
벌써 겨울이 왔나 싶던 카잔과 볼고그라드의 찬바람과는 그 궤가 다르다.
훈풍이 불어오는 줄만 알았더니 어느 새 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반팔 입고 와도 됐다 싶을 만큼 따뜻했다.
(다만 외투는 챙겨야 한다. 비가 온다던가 돌아왔을 때 쌀쌀할 수 있으니.)
볼고그라드부터 흑해 방면으로 내려오면서 느낀 것인데, 역사마다 높은 첨탑이 하나씩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볼고그라드와 크라스노다르 역사가 투박하다면, 소치 역은 좀 더 화려한 모습이다.
워낙 국토가 넓은지라 러시아 안에서 볼 수 있는 기후는 천차만별이다. 북극의 무르만스크부터 시작해 혹한의 시베리아, 여기와 정반대인 흑해 연안의 도시들까지. 말 그대로 'Amazing'이다.
만약 터키로 가는 페리를 탈 경우에는 여기가 아니라 아들레르에 있는 소치 여객터미널을 찾아가야 한다.
아들레르는 소치 시내로부터 약 30여 km 떨어져 있다. (생각보다 상당히 멈.)
여튼,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여서인지 여전히 올림픽 개최 당시 세운 조형물들이 없지 않았다.
사실 소치에 올 때는 뭘 할 지 생각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하나 떠오른 것이 스탈린의 다차 중 하나가 여기 남아있단
이야기를 듣고 가보기로 했다. (소치 시내에서 절대 걸어갈 생각하지 말 것! 엄청 멀다.)
스탈린의 다차 출입구까지 가는 버스는 시내에서 탈 수 있는데, 버스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니 버스에 타서 거리표를 보거나, 정 모르겠으면 기사님께 'Дача Сталина!(다차 스딸리나!)'라고 외치면 알아서 정산해주실 것이다.
소치 역에서 105, 105C, 125П, 125C, 50, 88번을 타고 'Гостиница Зеленая Роща(젤레나야 로시차 호텔)'에 내리면 된다.
다만, 이 정류장에 내려서 1.3km의 오르막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 점 유의!
정류장에 내려서 호텔 출입구로 들어가면 된다. 길이 호텔 출입구라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싶겠지만 가는 길이 맞다.
스탈린 다차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권은 300루블인데, 주의할 점이 있다.
스탈린 다차에서는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 시간별로 내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동행하는 방식으로 관람한다. 즉, 시간에 맞춰 가야 손해보지 않는다. 러시아어를 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으니 장소들을 눈으로 보면서 여긴
이런 곳인가보다 하는 느낌을 받으면 될 듯.
단 하나 분명한 게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쉬기에는 이만한 곳은 없다는 생각은 들더라.
아래는 별장에서 찍은 사진 몇 장.
물론 이 다차에 스탈린만 온 것은 아니었다. 스탈린의 측근들도 이따금씩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행한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말년에 동행한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한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하는 스탈린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더욱 몸을 사려야 했으며, 스탈린의 주재 하에 열리는 만찬은 그들에게는 불편한 파티였을 것이다.
생각보다 다차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다차를 나섰을 때의 시간이 오후 4시 쯤 되었다.
사실 시간이 조금 더 허락했다면 아들레르에 있는 올림픽 파크까지 다 보고 올 예정이었는데, 아들레르로 가다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체증에 항복하고 말았다. 올림픽 파크까지 가는 시간이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나올 정도.
정작 열차 출발 시간은 오후 6시 2분인데... 아차 싶었다. 시간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닌가.
심지어 소치 역에서 타기로 한 열차도 못 탈 것 같아 급하게 택시를 불러 아들레르 역에서 아들레르 - 소치 간의
추가 티켓을 끊고 급하게 탔다. (심지어 타고 3초 뒤에 문 닫혀서 뒤에 뛰어오던 다른 사람은 열차에 오르지도 못 했다.)
어찌 됐든 크라스노다르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라스토치카를 타고 크라스노다르로 돌아왔다. 한 번 타서 이제는 적응이 된 건... 무슨...
내리고 나니 허리가 욱신욱신. 그냥 시간 좀 더 걸려도 침대열차 티켓을 구할 것을 싶었다.
그런데 크라스노다르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비까지 올 줄이야. 외투를 챙겨간 게 전화위복이 됐다.
그런데... 역 앞은 차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숙소 바로 앞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끊기지 않아
두 번째로 쓸 뻔한 택시비는 아낄 수 있었다.
소치, 나중에 휴양 삼아서 제대로 와보고 싶은 도시라 생각할 만큼 하루만 잡은 게 아쉬웠다..
하나 배운 만큼 나중에 자양분이 되겠...지?
2019. 10. 5
Written by Konhistory
'나라밖 유람기 >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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