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고그라드에는 메트로트람라는 특이한 교통수단이 있다.
트람이라고 하면 도로 위를 지나는 전철 같은 느낌이 있는데, 메트로트람은 아예 선로를 따로 가지고 있을 뿐더러,
생긴 건 분명히 트램이 맞는데, 트램이 지하로 들어가 지하철처럼 운행한다. 다만, 노선은 단 하나(지선이 있긴 하다.)
또한 지상에서 탈 때는 버스를 타듯 타면 되는데, 지하로 들어가 탈 때는 매표소가 있다. 지하철과 트램을 섞은 느낌이다.
메트로트람은 참전용사 기념관, 레닌 광장, 콤소몰스카야 광장까지 볼고그라드의 주요 지점을 연결해준다.
트램이 지하로 들어올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니까.
그리고 볼고그라드로 오면서 거친 도시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이니까.
최근에 군생활을 끝내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참전용사라던가 전상자에 대한 처우가 문제시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는가에 대해 실태가 열악하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누가 군에 몸담으려 하겠는가.
국가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존중과 기억,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정작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설 사람은 없을 터.
물론 이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헌법에 못 박은 '이중배상 금지' 조항때문이기도 하다.
베트남 전쟁 이후 만들어진 국가배상법에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 조항이 제 1차 사법파동 시기 위헌 판결을 받자, 유신헌법 제정 시기 이 법령을 헌법에 끼워넣은 것. 위헌 판결을 받은 법령이 헌법에 들어가다니, 말이 안 되잖나? 애초에 국가배상법에서 이중배상 금지 조항을 만든 이유가 베트남 전쟁 상이군경에 대한 보상액수를 줄이려 만든 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제정 의도가 상당히 짙은데, 위헌 판결을 받은 법령이 헌법으로 들어간 것이 애초에 유신 헌법이 정상적인 헌법 제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이 조항이 지금의 제 10차 헌법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최근에도 이중배상 금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없어보인다.
정당히 보상해야 할 국가에서 오히려 보상을 하기 싫어, 면피성으로 만든 법령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가 어디 있을까.
많은 생각을 안겨준 볼고그라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흑해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2019. 9. 30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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