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는 하바롭스크 크라이(州)의 중심지로, 극동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가 푸틴 대통령에 의해 많이 성장하고 있어 극동지역의 중심지를 내준 느낌이지만,
이래 보나 저래 보나 극동 지역에서 100만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도시다.
하바롭스크에서 둘러볼 주요 지역은 모두 시가지 안에 있어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다만, 블라디보스토크처럼 사람이 북적하지도 않고 동유럽의 색채가 더 많이 묻어나는 도시인지라,
너무 많은 사람에 치여 블라디보스토크가 싫다면 하바롭스크 방문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물가도 좀 더 싸다.
다만 시가지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지라, 너무 오래 머무르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나는 하바롭스크에서 4일 머물렀다. 4일 중 비가 와서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날이 이틀.)
다음은 하바롭스크에서 다녀온 곳. 사진에 설명을 써두었습니다.


이 예수 변모 성당은 러시아 전역에서 손 꼽히는 규모라는데, 실제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광장에서 곧바로 내려가면 아무르 강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강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넓은 수역을 자랑한다.
처음 갔을 때는 날이 흐려 칙칙했는데, 비가 온 뒤에는 날이 개어 좋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무르 강변 공원은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강변인지라 왼쪽의 풀숲 벤치로 가면 모기가 격하게 환영해줬다.
다음은 하바롭스크 시가지 사진 몇 장.


러시아 어느 도시를 가든 레닌 동상 혹은 레닌 광장은 꼭 있다. 하바롭스크 역시 예외는 아닌 듯.
주말 밤에는 여기에 화려한 조명을 더하기도 해 눈을 즐겁게 한다.
헌데, 하바롭스크 시가지에는 한인과 관련된 흔적이 하나 있다. 바로 한인 최초의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김 알렉산드라(Александра Петровна Ким, 알렉산드라 페뜨로브나 김, 1885 ~ 1918)와 관련된 흔적이다.
김 알렉산드라는 한인 출신 사회주의자 중 가장 먼저 사회주의자를 접한 인물로,
이미 1916년 중후반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후일 소련 공산당의 전신)에 가입, 한인 사회주의자 중 선구자로 꼽히는
이동휘 선생보다도 무려 2년 전에 사회주의에 몸 담고 있었다.
김 알렉산드라가 사회민주노동당에 가입해 활동할 적에, 김립, 이동휘 등과 연합해 한인사회당을 결성해 활동했다.
심지어 밀정으로 오해받아 수감된 이동휘를 구명한 것도 김 알렉산드라였다고.
이 당시의 공식 직함은 극동인민위원회 외무인민위원.
그러나 적백내전 시기에 백군과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형 당시 유언을 남겼는데, 그 유언은 많은 한인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사형 직전, 13보를 걷게 해달라 요청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지금 내가 걸은 열세걸음은 조선의 열세개 도이다. 조선의 13도 젊은이들이여, 조선의 자유와 독립을 성취하여라.
여러분 모두는 우리의 후예가 조선을 해방시키고 사회주의를 어떻게 건설하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조선독립 만세! 소비에트 만세! 세계혁명 만세!"
이 유언이 한인들을 결집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까. 연해주 지역 한인들은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합류하는 등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재촉하게 된다.
김 알렉산드라의 흔적은 다음 건물에 있다.
주소는 "улица Муравьёва-Амурского, 22"이며, 지금은 상점으로 쓰고 있는 건물이다.


요즘 한인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잊혔던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일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틀을 떠나서 중요한 작업이다.
사회주의계 독립운동가들도 결국 '사회주의'라는 수단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쓴 것이고.
다만, 해방 이전과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인물이 여럿 있는 만큼(대표 인물이 바로 약산 김원봉.)
서훈의 문제는 1945년 이전과 이후의 행적을 고루 따져야 할 일이다.
당장 일본의 무조건 항복 후 5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기습 남침이 있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협받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행보의 근거는 옳든 옳지 않든 있겠지만 말이다.
과거의 인물을 재조명하는 것은 옳으나, 그 인물의 명과 암을 모두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면 장님이 아니고 무엇인가.
2019. 8. 26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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