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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96. 무르시아 → 마드리드 / 남쪽에서 북쪽으로

탈이 많았던 무르시아에서의 나날을 뒤로 하고 마드리드로 향한다.

문제가 있다면 5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것 뿐.

이 때까지만 해도 버스를 길게 타는 일이 그리 익숙지 않았다.

 

무르시아를 뜨기 전, 엘체에 다녀오면서 본 거대 예수상이 있어 근처에 가보기로 했다.

세워진 지는 100년 남짓 됐다고 하는데, 버스 시간을 잘 확인해야 했다.

(나중에 도착해서 안 사실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중간에 막혀있어 예수상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여기로 가려면 무르시아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36번 버스를 타야 한다.

평일, 토요일, 일요일(공휴일) 각각 버스 출발 시각이 다르니 시간표 확인 필수.

버스를 타고 'Cuartel'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가면 된다.

 

예수상 근처의 마을까지 갈 버스를 기다리며. 무르시아에는 의외로 트램도 다닌다.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마을 풍경. 왼쪽으로 난 길로 올라가면 갈 수 있다.
사진으로 보면 상당히 높아보이지만, 생각보다 걷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수상 가까이 올라가는 길에 보인 고성 유적.

지도를 보니, 이 곳 일대가 전부 몬테아후도(Monteagudo) 고성 유적으로 묶여 있다.

이 곳이 도시, 요새로 형성된 것도 근 1000년 가까이 됐다 하니, 나름 오래된 도시 아닌가.

그러나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어 마드리드로 갈 버스를 타야 하는 나는 다 둘러볼 순 없었다.

더욱이 월요일인지라 안내소도 문을 닫았다. 그래서 예수상 위로 올라가는 길을 닫아놓았나...

 

바위 밑에서 본 예수상. 이제는 저런 걸 보면 놀라움보다 저걸 만들 때 사람을 얼마나 갈아넣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예수상 뒤로 보이는 무르시아 근교 풍경. 탁 트인 하늘과 평원, 한국에서 떠나서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예수상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보이던 공동묘지.
과연 예수는 후세의 이런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여튼,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기고, 마드리드로 갈 준비를 했다.

천천히 돌아나오고 싶었지만 버스 시간도 맞춰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터미널에서 숙소로, 다시 숙소에서 터미널로 왕복 4km를 걸었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숙소에서 터미널을 이어주는 버스가 없으니 그저 걸을 수밖에.

택시를 타자니 순식간에 요금이 올라가는 미터기를 보기 두려워 그럴 수 없었다.

 

스페인에서 지겹게 탔던 ALSA 버스. 가성비 면에서 ALSA만한 곳이 없었다. ALSA가 없을 때나 Renfe나 다른 걸 썼지.

사실 돈을 아끼려는 여행자라면 Renfe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어떤 교통수단이든 일찍 끊지 않으면 비싼 건 다 똑같으나, 버스를 예매할 때 그 차이가 더 크다.

당장 ALSA Promo로 5유로에 끊을 수 있는 노선을 Renfe에서 찾아보면,

심하면 3~4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러니 자연스레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를 탄 것.

특히 AVE를 탈 일이라도 있다손 치면 차이가 훨씬 클지도 모른다.

(나중에 예산 사용 목록도 한 방에 올릴 생각이 있으니, 그 때 확인해보시라.)

 

여튼, 여행을 시작한 지 109일 째 되던 날, 드디어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 도착했습니다.

그 다음 닥칠 일은 상상도 못 한 채로.

 

2020. 1. 30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