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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98. 마드리드(2) - 근교 ① / 성자와 돌의 도시, 아빌라(Ávila)

앞 글에도 쓴 내용이지만, 마드리드 근교에는 가 볼 만한 도시가 정말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빌라(Ávila). 11세기 무어인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채에서 출발한 도시인 아빌라는

성녀 테레사(아기 예수의 테레사와 구별하고자 아빌라의 테레사라고 칭함)의 출생지이자

종교재판관 토르케마다(Torquemada)가 묻힌 곳이다.

특히, 82개의 반원형 성탑과 9개의 출입구(문)로 이뤄진 성벽은 중세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역사의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아빌라에 다녀오려면 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데(열차도 있다),

버스는 마드리드 지하철 6호선 Méndez Álvaro역에 있는 남부 터미널에서 타야 한다.

 

버스 티켓은 사진의 'BAM' 창구에서 예매하면 된다. ALSA 아님!
버스 티켓. 왕복권을 살 경우 한 장으로 뽑아주니 한 번 타고 티켓을 버리면 안 됨! 왕복 14.2유로.

마드리드에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아빌라에 도착한다.

터미널에 도착해 약 1.5km 걸으면 아빌라 성곽 앞까지 올 수 있다.

시내버스도 다니는 것 같긴 한데, 자주 있는 것은 아니라 굳이 탈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아빌라 성채로 들어가는 길. 성채 안으로 차량이 드나들 수 있게 되어있다.
한적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다니기 딱 좋은 날. 비가 오락가락한 것만 뺀다면.
아니나 다를까, 성채 안은 고즈넉한 돌길이다. 오히려 아무 방해 없이 돌길을 걷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성채에서 바라본 외곽. 전원주택 같은 느낌.
아빌라 성채의 성곽. 성곽이 끊이지 않고 모두 이어져있다. 생각 외로 잘 보존되어 놀랍다.
아빌라 성채의 또 다른 출입구. 내가 들어온 쪽이 동쪽이고, 이 출입구는 북쪽이다.

이 출입구 말고, 서쪽으로 가면 아빌라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

걸어 가도 멀지 않으니, 꼭 전망대에서 아빌라를 관망해보길 권한다.

 

전망대에서 본 아빌라 성채. 근 1천년 가까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음에 다시 놀란다.
십자가의 성 요한을 기리는 십자가 탑.

16세기, 가르멜회 수도원 개혁에 힘 쓴 사람이 바로 아빌라의 테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다.

그래서인지, 아빌라 성채를 전망할 수 있는 곳에 이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번에는 아빌라 성채 위로 올라가 성곽을 걸었다. 입장료는 5유로.

 

이건 뭐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맑았다 흐렸다.
그럼에도 한 줄기 햇살이 구름을 뚫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 새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아빌라의 성 비센테 성당. 해 질 때 하늘이 점점 개더니 노을빛을 받았다.
성곽에서 바라본 아빌라 대성당. 성채 안에 있음에도 규모가 상당해 놀랐다.
성곽 동남쪽에서 바라본 아빌라 근교 마을. 근심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마을이 이런 곳일까.

하루를 아빌라에서 보내고,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

마침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터미널 옆에 있는 도미노피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버스에 올랐다.

나중에 피자를 은근히 먹은 기억이 있는데, 한 끼 간단히, 가성비 좋게 때우기에는 피자 한 판 만한 게 없었다.

 

아빌라 버스터미널. 도시가 작아서인지 터미널도 아담하다.

그러나 세 달 간의 여독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탓이었을까.

아빌라에 다녀온 다음 날, 원래 세고비아에 다녀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독감이 심하게 도지는 바람에 세고비아고 뭐고 일정 다 취소한 다음 응급실에 다녀왔다.

이 때 '왜 여행자보험을 드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우리는 늘 '만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바로 그게 답이다.

세상만사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세상만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보험을 드는 게 아닌가. 내게 무슨 일이 닥칠 지 모르니까.

그러니 여행을 짧건 길건 떠나시는 분들이라면 꼭! 여행자보험을 들어놓고 가시길.

 

2020. 2. 17

Written by Kon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