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에 다녀온 뒤 독감 한 탕 제대로 앓고 이틀을 내리 쉬었다.
아무리 체력 드센 사람이어도 한 방 제대로 얻어맞으니 도리가 없다.
응급실 다녀오니 아세트아미노펜(독한 것) 20정 묶음을 주고 하루에 세 번 먹고 쉬란다.
그래도 하루 꼼짝 않고 쉬니 몸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이틀 만에 독감이 떨어져, 쿠엥카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어서, 점심도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들어갔다.
몸 상태가 멀쩡할 때 컨디션이 100이라면, 이 때는 한 60~70 사이였달까.
여긴 동행하실 분들이 계셔서, 차를 한 대 빌려 다녀왔다.
쿠엥카는 무어인이 스페인을 정복하면서 세운 성곽 도시로, 성과 요새의 중간 형태를 보인다.
코르도바로부터 이르는 이베리아 반도를 통제하기 위해 지형을 고려해 세운 도시가 바로 쿠엥카였다.
12세기, 카스티야의 군주 알폰소 8세가 쿠엥카를 점령한 이후,
도시는 이슬람의 색채 대신 카톨릭의 색채가 더해져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18C 말엽, 도시의 재건이 중단되어 도시 안에는 수도원과 노동자만 남았다.
부유층은 도시를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쿠엥카의 복원은 비로소 20C 초에 시작되었고
1940년대에 들어서야 체계적 복원계획이 수립, 시행되었다.
사진에 저리 쓰긴 했지만, 비 안 오면 이제는 감지덕지다.
비가 오면 우산 쓰고 사진 찍기도 뭐하거니와, 일정을 온전히 소화하기도 힘들다.
다행히 이 날의 날씨는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서 다니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여튼 제한속도를 줄타며 신나게 달린 끝에 쿠엥카에 잘 도착했다. (줄 탄 결과는 글 끝에 있습니다.)
쿠엥카가 절벽에 건설된 요새, 도시인지라 절벽이 참 아찔했다.
쿠엥카 주위를 둘러보고 쿠엥카 성당쪽으로 내려왔다.
쿠엥카 대성당은 원래 메스키타(Mezquita=Mosque)가 있던 자리였다.
무어인들의 도시였던 쿠엥카를 카스티야가 정복한 뒤 성당, 수도원 등이 들어서며
기존의 이슬람 색채가 지워졌다. 시간상 들어가보진 않고 외양에 집중했다.
(입장료가 부담됐던 건 안 비밀...)
대성당을 끼고 절벽 밑으로 내려가, 상 파블로 다리(Puente San Pablo)로 간다.
여기가 경치가 좋다 해서, 안 보고 갈 순 없다. 혹자는 쿠엥카의 명물이라나.
이 다리가 쿠엥카 성곽과 강 건너 외부를 바로 이어주는 유일한 도보다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다리를 거치지 않고 쿠엥카 절벽 성곽으로 오려면 절벽 바깥으로 돌아와야 하니, 꽤 힘들 것 같다.
쿠엥카를 찾는, 그리고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름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겠다.
이 날, 쿠엥카를 다 돌고 점심을 먹은 뒤, 엘 에스코레알과 전몰자의 계곡까지 가려 했지만,
쿠엥카에서 두 장소 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 시간 계산에 실패, 엘 에스코레알만 간단히 보고 올 수 있었다.
그마저도 폐장 시간이 임박해 제대로 보지 못 해 따로 다녀왔으니, 두 곳의 이야기는 따로 싣기로.
렌트도 무사히 마쳤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속도위반 벌금 고지서가 날아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고지서와 함께... (렌트를 내가 한 건 아니지만, 동승자 책임도 있으니 같이 1/n 해야지.)
고지서는 이렇게 날아온다.
요약하자면, 위반 일시, 위반 지점, 위반 시 촬영 사진, 위반 내용, 벌금 내역이 나온다.
원래 스페인에서 속도위반 벌금은 100유로입니다만, 고지서 발송일로부터 2주 내 납부 시 50% 감면 가능.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 고지서를 받았다면 빨리 납부하는 게 낫다.
렌트를 했을 때 위반한 경우에는 렌트회사에서 고지서를 보내준다.
납부방법은 크게 3가지인데, FAX는 쓸 일 없으니 넘어가면 크게 두 방법으로 납부 가능.
첫째는 인터넷. 위의 링크로 들어가서 납부하면 된다.
둘째는 우체국. 우체국에서도 납부를 처리해준다는데, 고지서를 들고 가서 납부하면 되는 듯.
그러나 동행했던 사람들 모두 스페인에 체류하지 않아 우선 인터넷에서 납부하기로 했다.
(꼭 운전자가 아니어도 납부 가능하다.)
그런데, 되는 경우가 있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 스페인어 사이트에서는 납부가 안 됐고, 영어 사이트에서 성공했다.
납부하면 사이트에 입력한 E-mail로 납부확인서가 오며, 별도 절차 없이 끝.
벌금은 낼 일이 없게 만드는 게 최고지만, 어쩔 수 없이 고지서를 받는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글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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