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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유람기/진먼('24. 5. 1. ~ 6.)

#4. 양안의 최전선, 진먼다오(金門島)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진먼다오에 대한 소개글이 약간 필요할 것 같긴 해서, 짧게 소개글을 먼저 써본다.

진먼다오(금문도)는 중국 본토로부터 불과 10여km 떨어진 섬으로, 대만의 실효 지배를 받고 있는 섬이다. 실제로 1958년 8월에는 중공에 의한 포격전이 벌어지는 등 양안관계의 최전선에 위치한 탓에, 1949년 선포된 대만 계엄령과는 별개로 전해인 1948년에 이미 군정 및 계엄령이 실시되어왔다. 이 때문에 대만 본토에서는 1991년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의 폐지로 계엄령이 해제되었음에도 이듬해인 1992년까지 계엄령이 지속되었다.

 

지도상 붉은 원이 진먼 섬 지역이다. 원 안 좌측의 조그마한 섬이 레위 향으로 불리는 샤오진먼(小金門), 가장 큰 섬이 따진먼(大金門).

 

위 지도를 보게 되면, 붉은 원 안이 진먼다오 지역인데, 진먼다오의 도상 동, 서, 북쪽으로 보이는 큰 섬들과 영토들은 모두 중국 본토이다. 위 두 섬(과 부속도서)들이 대만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

진먼의 통사(通史)를 톺아보고자 한다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발간된 다음 Article을 읽는 것이 좋겠다.

(江柏煒(강미선 譯), 변경(邊界)과 과경(跨界): 동아시아 시선 속의 진먼(金門) 지역사(區域史) 연구, 아시아리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제3권 제2호, 2013: pp. 65-104.)

 

특이한 것이, 연표만 놓고 보면 진먼다오 지역은 청 황조 붕괴 이후 줄곧 중화민국 영토였으면서, 어느 순간도 일제의 통치나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받지 않은 지역이 되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진정으로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릴 자격이 있는 지역은 바로 이 곳 진먼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과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곳이 진정 중화민국의 본류이자 중국공산당과 맞서는 보루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니는 내내 곳곳에 위장무늬가 칠해진 건물이나 시설물들이 눈에 밟히도록 보였다. 살얼음판같은 양안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타이베이에서는 그냥 지나쳤을 법한 장소나 사물들도 여기서는 지나치지 않게 된다.

무심히 지나치기보다는 우리네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면서 격랑 그 자체였던 중국의 현대사를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숙소로 향할 버스를 기다리다 본 국민당 당사의 손중산 선생 동상. 동상 아래 새겨진 '국부(國父)'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대만의 최전방이기도 하고, 포격전을 온전히 받아낸 곳인지라 타이온 어느 지역보다도 '중화민국'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손중산 선생이나 장개석 총통 동상이 곳곳에 있는 느낌.

 

진청 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장개석 총통 동상. 같은 동상이라도 최전방에서 보이는 동상의 느낌은 다른 것 같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자그마하지만 강렬한 이 섬을 돌아보기로 결정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입도 첫날은 고생을 무릅쓰고 걸어서 다녀보기로 한다.

 

2024. 9. 1.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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