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고난이 참 많기도 많았다.
여권을 잃어버린다던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던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고난은 고난이다.
예정된 대로 풀리지 않으면 일단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니까.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짜증만 내고 있는 건 하수의 생각일 뿐이다.
뒷수습을 하든 뭘 하든 움직여서 목전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 또한 역량이니까.
우선, 한국에서 진먼 섬을 방문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한국 - 타이베이 / 타이중 / 가오슝 - 진먼 (타이완 섬 경유, 항공편 이용)
2. 한국 - 중국 샤먼 - 진먼 (중국 대륙 경유, 중국에서 진먼 섬 방문 시 선박 이용)
아무리 양안관계가 날이 갈수록 충돌이 격화된다곤 하지만 그것이 민간 교류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양안의 교류가 끊어진다는 것은 곧 그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도 직결된 문제니까.
그래서 샤먼/취안저우 - 진먼 간 선박이 여전히 운항 중인 것.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비행기를 두 번 타는 것보다 인천 - 샤먼 비행기표 값 + 중국 비자 발급 비용 + 샤먼 - 진먼 배표 값이 더 남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사실, 중국 비자는 단수가 아니라 2회 비자로 발급받았다. 9월에 상해에 다녀올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해서 2회 비자로 발급받는 게 나에겐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진먼을 가려거든 그냥 마음 편히 타이완 섬 경유해서 가는 게 낫다. 중국을 경유하자니 변수가 많다.
(심지어 이틀 전에는 풍랑때문에 배가 뜨지도 못했단다. 임시체류허가로 들어온 경우 제때 못 나가면 문제가 생기니 조심.)
인천에서 샤먼행 항공편을 탑승하는 시간은 오후 1시 반이었으나, 근 1시간 지연되어 2시 반에 이륙, 샤먼에 도착하여 임시체류허가 절차를 밟고 수하물을 찾아 공항을 나오니 5시였다.
배가 출발하는 시간은 5시 반,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는 4시 반 남짓까지는 샤먼항 부두에 도착해있어야 했다.
그러나 비행기 지연이 내 발목을 잡았다.
샤먼에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었건만, 일단 숙소부터 급히 잡고, 진먼에 예약해둔 숙소는 다행히 하루 늦출 수 있다고 해서 급히 예약을 조정했다. 다행이라면 택시비가 한국보다는 싸서 숙소까지 가는데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
작년 12월에 광동성에 다녀올 때 깔아둔 Didi 앱이 있어 택시 부르기도 수월했다. 문제는 날씨가 궃었다는 거지만.
일단 급히 잡은 숙소에 와서 다음날 진먼으로 출발하는 첫 배표를 끊고 쉬기로 했다.
당장 집에서 오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는데, 힘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샤먼에도 구랑위라던가 둘러볼 곳들이 여럿 있다지만, 샤먼에서의 계획은 없었고, 샤먼 도착 시간도 너무 늦었다.
저녁은 근처 국수집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숙소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잤다. 피곤할 때는 술이 어쩜 그리 술술 들어가는지.
샤먼에서의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진먼에서의 진짜 여행은 다음날부터.
2024. 7. 14.
Written by Ko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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