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무르만스크의 계절은 벌써 겨울이다.
자연스레 해도 짧아지고, 오후 4시만 되면 해가 지평선 너머로 들어가니,
애초에 오래 돌아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가 없다.
무르만스크에 최초의 쇄빙선인 '레닌 호'가 있다 하여 구경하고 왔다.
쇄빙선 안에 들어가려면 시간에 맞춰야 하는 건 나중에 알아서, 그냥 근처 바닷가에만 다녀왔다.
시내에서 쇄빙선 레닌 호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무르만스크 역을 관통해야 한다.
육교가 있으니 그대로 가로질러 가면 끝.
돌아와서 소지품을 체크하는데, 여권 안이 허전하다. 그렇다. 입국카드가 사라졌다.
당장 2일 뒤 출국인데 10월 30일 오후에 잃어버린 것을 알아버렸다.
주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에 문의해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에서는 분실자가 많으니
그냥 발급 후 출국 조치한다는데, 그렇게 해봐야 좋을 게 없는지라, 일단 재발급 받아보기로 했다.
더욱이 나는 11월 1일에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출국을 해야 하니,
풀코보 국제공항과 같이 처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단, 나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게도 당일 바로 처리된 경우니 평소에는 더 걸린다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연방시와 레닌그라드 주에서는 해당 업무 처리에 최소 3일 걸린다고 한다.
이민국 마감 3분을 남기고 가까스로 무르만스크 이민국에 도착했다.
원래는 해당 직원이 처리하는 일자가 있다. 예를 들면 월, 수, 금 오전 09:00 ~ 오후 13:00 이런 식이다.
이 시간이 아니면 처리를 해주지는 않는 모양.
다만, 입국카드를 분실하면 출국 시 문제가 되고 2일 뒤 출국이라 하니 다른 직원을 찾아 처리를 해주었다.
내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있나보다. (그렇다고 해서 잃어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때, 서약서를 한 장 주고 서명해야 하는데, 내용은 대략...
"나는 모 월 모 일에 XXX 국경검문소를 통해 입국하였음을 확인합니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이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다시 지문을 등록한다. 이 때 쓰는 잉크가 씻어도 잘 안 지워지더라.
다음은 러시아에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장은 해당 이민국에서 보관, 한 장은 내가 갖게 된다.
이후 재발급받은 입국카드를 가지고 출국장에 가니 이상하게 보긴 했지만 출국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하루 사이에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녹초가 되었다. 이제 출국할 준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번거로웠다. 스페인에서는 입국해도 저런 종이 안 주는데...
2019. 11. 29
Written by Konhistory
'나라밖 유람기 >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19. 8. 2 ~ '20.1.28)' 카테고리의 다른 글
#82. 바르셀로나(1) - 스페인인가, 카탈루냐인가 / 가우디의 요람 (0) | 2019.12.26 |
---|---|
#81. 러시아여, 잠시 안녕! - 대륙을 떠나 이베리아로 (아에로플로트 탑승 후기) (0) | 2019.11.30 |
#79. 무르만스크(2) - 러시아 최북서단의 영웅도시 (0) | 2019.11.30 |
#78. 무르만스크(1) -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고 오로지 운이다. 오로라 보기 (0) | 2019.11.30 |
#77.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이동, 상트페테르부르크 → 무르만스크 (016A 열차) (0) | 2019.11.13 |